인권위,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제대로 된 의료처우 받을 수 있어야"
by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유치인도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인권의 의견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7일 유치인에 대한 의료 처우의 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해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 유치장 구금 기간 중에도 기본적인 의료 처우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 표명에 앞서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가 병원비가 없어 갈비뼈 골절 등에 대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받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진정인은 한 경찰서 유치장에 3일 동안 구금돼 있으면서 경찰관들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으나 병원비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유치장에서 진통제만 4차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위 상황이 진정인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수의 유치인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례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짧은 기간 동안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는 유치인이라 하더라도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경우 국가에 의한 의료적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찰청에서는 유치인에게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경우 기본적으로 유치인이 자비 치료하도록 한다. 유치인이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또는 의료급여법의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지만, 이 역시 응급환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정된다. 2017년, 2019년 인권위가 실시한 유치장 방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한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유치인을 위해 의료비 예산을 집행한 사례가 드물었다.
인권위는 “유치인에게 치료비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약제 처방 등을 위한 진료나 검사와 같은 최소한의 의료적 보호조치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비인도적이고 가혹한 처우에 해당하고,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치장 구금 기간 중에도 기본적인 의료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유치인 의료처우의 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하여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진정 사건은 진정인의 고소로 다른 수사기관을 통해 경찰관의 의료조치 미흡에 대한 판단이 종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각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