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추정' 태안 바다, 한달 전에도 정체불명 보트 있었다
지난달 20일 주민 신고로 보관중, 이번 보트와 유사점 많아... 해경 "양식장 도둑으로 추정"
by 신문웅(shin0635)"저 국방색 기름통 지난 4월 20일에 발견된 검정색 고무보트에도 있었는데..."
"발견된 장소도 똑같고 1천~2천만원 하는 고가의 보트를 버리고 간 것도 같고."
밀입국 추정 중국 보트가 발견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논골 해변 주민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지난 23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왜 이번에만 난리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실제로 태안해경 학암포파출소 개목 출장소에는 한 장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의항리 해수욕장 개수대에 게시된 안내문과 동일한 것이다.
안내문에는 "2020.4.20.(월) 의항해수욕장에 있던 모터보트(선외기)는 민원신고로 인해 학암포파출소에 잠시 보관중입니다. 고무보트 소유자 혹은 소유자를 아시는 분은 태안해경 학암포 파출소에 연락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연료통, 구명조끼 등 고무보트에서 발견된 물품을 찍은 흑백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급하게 위장한 것처럼 엉성하게 페인트 칠"
이 고무보트는 지난 4월 20일 소원면 의항리에 사는 한 주민이 의항 해수욕장에 수상한 검은색 보트가 있다며 신고한 것이다. 최초 발견은 하루 전인 4월 19일 의항리 바른쟁이산(이번 소형 보트 1차 도착지점)에 나물을 채취하러 갔을 때였다고 한다.
이 주민은 "바른쟁이산으로 나물을 따러 이곳에 갔는데 바닷가에서 무엇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소나무에 매인 검은색 보트가 파도가 칠 때마다 바위와 부딪치며 계속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라며 "낚시꾼이 화장실을 가려고 매 놓은 줄 알았다"라고 전했다.
이 주민은 "4월 20일 아침에 집 앞에서 의항리해수욕장을 바라보니 그 검은 보트가 해변으로 떠밀리고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목격자는 또 있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개목항 주민 10여 명은 한목소리로 "의항리 해수욕장에서 개목 출장소 앞으로 이동해온 검은색 보트는 페인트가 마르지도 않아 손으로 만지면 손에 검은색 페인트가 묻어났다"라며 "보트의 본래 색은 오렌지색인데 눈에 띄지 않게 급하게 위장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페인트가 조잡하게 칠해져 있었다. 군데군데 오렌지색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보트에 사람들이 앉는 부분으로 추정되는 네 군데에 엉덩이 자국과 검은색 페인트가 묻어나 있어 4명이 탔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은 "태안지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 별이 그려진 국방색 기름통이 기억에 생생한데 논골에서 발견된 흰색 소형보트에도 그 국방색 기름통이 있어서 신기했다"라며 "모터는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엔진으로, 알고 보니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번에 발견된 보트와 유사성이 많아 그 보트도 중국 밀입국에 사용된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번에 발견된 '밀입국 추정' 보트와 공통점 많아"
4월 20일 신고된 검은색 보트와 5월 23일 신고된 흰색 보트는 공통점이 많이 있다.
우선 소원면 의항리 해변 바른쟁이 산이라는 돌출 부분에서 최초 목격됐다. 4월에 발견된 검은색 고무보트는 파도에 밀려 의항해수욕장 해변으로, 5월에 발견된 흰색 보트 배는 반대 방향인 논골로 각각 떠밀려 이동했다.
또 4월 검은색 고무보트는 1천만 원대, 5월 흰색보트는 2천만 원대로 둘 다 신형 고가 보트인데 사실상 해변에 버리고 갔다. 특히 4월 20일 발견된 검은색 보트의 바닥은 알루미늄으로 개조돼 있는데, 암반이 많은 태안지역 해안가에 특성을 고려해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트를 본 어민들은 엔진이 중국제이고, 또 바닥을 개조하는 경우가 드물어 의문을 갖고 있었다.
특히 중국 오성홍기의 상징인 큰 별이 그려진 국방색 기름통이 두 보트에서 발견된 점도 주민들의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이다.
현재 이 검은색 보트는 태안해경 학암포파출소 앞에 보관중이다. 국방색 기름통 등 다른 물건은 개목 출장소에서 보관하고 있다.
해경 "양식장 도둑으로 추정,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4월 20일 14시 45분경 의항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소유자 미확인의 소형 검정고무보트가 발견되었다는 주민신고가 있어 신고 당일 군·경 합동으로 현장을 확인 결과 조난 및 대공 의점, 밀입국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즉시 인근 경찰서에 수배조치 및 소유자 확인 조치시 까지 학암포파출소 육상에 보관관리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태안군청 CCTV를 통해 4월 20일 11시 50분경 고무보트 소유자로 보이는 성명미상의 남성 2명이 육상에서 고무보트로 이동하여 기름을 주유 후 다시 육상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사건은 CCTV 및 적재 물품, 고무보트의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군·경 해안 경계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은색 보트는 인근 전복 어장에서 해삼을 홈치거나 홈치기 위해 배를 대 놓았다가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압수해 가자 범죄사실이 드러날까봐 한달 넘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다리면 곧 배 주민들이 곧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은색 보트의 엔진은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맞고 국방색 기름통도 이번 흰색 보트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중국산 기름통이 맞다"라며 "아마도 중국에서 엔진을 구입하면 기름통, 구명조끼 등 세트로 주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복수의 어민들은 "만약에 해삼 도둑들이라면 중국산 철제 기름통을, 그것도 2개나 무겁게 싣고 출항을 하지 않는다"라며 "기본 기름만 가지고도 인근 양식장을 노릴 수 있다. 기름을 저렇게 많이 가져가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만약에 검은색 보트가 해삼을 홈쳤다면 해삼 내장(와다)특유의 냄새가 있어 우리들은 단번에 안다"라며 "당시 그 검은색 보트에서는 해삼 냄새가 아니라 검은색 페인트 냄새만 났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