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필품 가격, 한 번에 훌쩍 뛰는 이유 있었네

韓銀, 저인플레 시대 기업의 상품값 조정 방식 분석
가격인상 요인 있어도 곧바로 가격 못 올려..한 번 올릴 때 크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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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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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요즘 생필품 가격이 한 번에 훌쩍 오른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저인플레이션 시대라고 하지만, 값이 한 번 오르면 무섭게 뛴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에 근거가 있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원재료값 등 비용이 올라고 쉽게 가격을 못 올리다가, 한 번 조정할 때는 큰 폭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이지원 과장과 강재훈 조사역은 27일 이런 내용의 ‘저인플레이션 하에서 기업의 가격조정행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햇다.

연구진은 2014년 1월~2019년 9월 우리나라 150개 생필품의 주간 가격 자료를 활용, 기업의 상품 가격 조정 빈도와 조정폭 추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상품 가격 변동의 빈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작년 들어서는 빈도 감소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가격이 변동한 상품의 직전 가격대비 인상·인하율은 점차 확대되는 추이를 보였다. 기업들이 최근 들어 큰 폭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른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를 실증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을수록 기업들은 가격조정빈도를 낮추는 반면 가격조정폭은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저인플레 상황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게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무리 비용이 오르더라도 가격 인상을 미룬다. 그러다 한 번 가격을 조정할 때가 오면 대폭 올려버린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결론은 경기 상황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데 대한 근거가 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상품 값을 올릴 요인이 있더라도 상품 가격 조정을 자제하고, 그 결과 경기가 좋아도 물가는 잘 안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경기와 물가 간 관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미시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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