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실시간 차트 폐지한다더니... 은근슬쩍 부활
10분 단위로 순위 반영주기 더 짧아져
플랫폼 이용자 유인 요소로 포기 못해
AI 추천보다 PV·UV 결제에 관심 여전
음원서비스 '플로'가 실시간 차트를 다시 노출하기 시작했다. 3월 '음원 사재기' 방지를 이유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한 후 곧바로 더 짧은 반영 주기를 띤 순위 차트를 부활시켰다. 기존 유력 음원 플랫폼의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다. 네이버 등 후발 주자는 추격 속도를 높였다.
27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플로는 최근 '주목할 만한 차트'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플로는 3월 '플로차트'에서 1시간 단위 순위 반영을 1일(24시간) 기준으로 바꿨다.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순위로 발생하는 '음원 사재기'를 개선하는 취지였다. 플로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원 서비스로, '멜론' '지니' 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 업체다.
플로 '주목할 만한 차트'는 10분 단위로 데이터를 반영해 순위를 갱신한다. 플로 관계자는 “현재 재생량 상승폭을 보여 주는 급상승 차트”라면서 “인기 있는 곡이라 해도 재생량이 10분 전 대비 크게 늘지 않으면 플로차트에서 1위를 유지하더라도 '주목할 만한 차트'에서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순위 경쟁보다는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기존 실시간 차트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음원플랫폼 관계자는 “반영 주기를 단축해 순위 변화가 더 빠르다”면서 “대외로 실시간 차트를 포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강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플로의 '주목할 만한 차트' 운영은 기존 음원플랫폼 고민이 반영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순위차트가 아니면 사실상 이용자를 새로운 음원으로 유인할 요소가 아직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실시간 차트를 폐지한 네이버 바이브도 출시 1개월 안쪽에 음원 대상으로 1시간에 한 번 바뀌는 급상승 차트를 운영한다. 멜론은 여름에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니와 벅스는 개선을 검토하며 실시간 차트를 유지하고 있다. 플로가 선제적으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겠다고 나섰지만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음원플랫폼 관계자는 “하루 동안 순위가 바뀌지 않는 차트로는 이용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역동성을 띤 차트로 이용자를 유인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이용자 패턴을 정확하게 읽고 관련 음원 추천 기술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도 음원플랫폼이 실시간 순위차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음원플랫폼 관계자는 “대다수 이용자가 추천보다는 남들이 더 많이 듣는 음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여전하다”면서 “AI를 활용한 추천 기술이 전폭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페이지뷰(PV), 순방문자수(UV), 결제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여전히 실시간 차트”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