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귀족 '대문어' 양식 첫 실마리 풀려
국내 최초로 대문어 바닥생활 단계까지 키워
남획으로 자원 감소…양식 기술 개발 요청 쇄도
by 안중현 기자입력 2020.05.27 11:00 ‘동해안 귀족’으로 불리는 대문어 양식 기술의 첫 실마리가 풀렸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대문어로부터 알을 받아 부화시킨 뒤 국내 최초로 바닥생활 단계(부화 후 99일, 길이 약 23mm)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문어는 보통 30~50kg, 최대 270kg까지 성장하는 대형문어로 1kg당 4만~6만원 사이에 거래된다. 그런데 최근 1kg 이하의 작은 대문어들까지 잡아들이면서 급격히 자원이 감소하면서 양식기술을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지속했다. 하지만, 대문어 양식은 물론, 인공종자 생산도 상당히 어렵다. 현재까지 일본(1973년)과 미국(1986년)이 각 1마리씩 생산하는 데 그칠 만큼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양식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18년부터 동해안 어업인들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왔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물속을 떠다니는 부유생활을 하다가 바닥으로 내려간다. 대부분 바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죽기 때문에 이 고비를 넘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공종자 생산의 핵심이다.
대문어 어미는 알을 낳은 후 6∼7개월간 먹이도 먹지 않으며 알을 보살핀다. 알이 부화하면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동해수산연구소는 어미 개체를 확보한 이후부터 철저한 영양보충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산란한 알이 원활하게 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두운 사육환경 등 자연의 산란장과 최대한 비슷한 사육시스템을 만들어 생태환경 변화로 인한 폐사하지 않도록 했고, 예비연구를 통해 대문어가 선호할 만한 2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먹이를 주면서 부유 유생의 바닥생활 적응을 도왔다. 이번 연구에서 바닥생활 단계까지 갔던 대문어 유생은 어린 대문어로 자라지 못하고 99일째에 폐사했지만, 바닥생활 단계까지 키울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한 것은 인공종자 생산을 위한 첫 실마리를 풀었다는 게 국립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엄선희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은 “대문어 인공종자 생산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고무적인 성과를 얻은 만큼, 이를 발판삼아 대문어 수산자원의 인공종자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좋아요 0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제휴안내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