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학교 간다” 설렘과 우려 공존하는 첫 등교···학부모들은 “학교 방역 믿어” “등교 연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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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나눠준 위생용품 꾸러미를 보며 등교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어제 딸이 학교에 입고갈 옷을 직접 고르고 ‘가짜 학교 말고 진짜 학교 간다’며 좋아했어요. 그래도 쉬는 시간에 다른 반 친구는 만나지 말고 마스크를 잘 쓰고 있으라고 당부했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월곡초에서 딸 윤모양(7)을 교문에 들여보낸 아빠 윤모씨(38)는 “그래도 학교에 보내는 게 좋다는 입장이지만 아내와 주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양은 그동안 긴급돌봄에 참여해왔지만 이날 등교를 “진짜 학교”라고 생각하며 친구를 만날 설렘에 차있다. 그러나 아이를 보는 아빠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윤씨는 “아예 친구를 못 만나게 하기도 어렵고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등교가 시작됐다. 지난 20일 고3 첫 등교를 시작으로 다시 맞이한 등교일이자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으로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정식 등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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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교문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교문 앞에선 기대와 우려가 모두 감지됐다. 최근 서울·경기·경북 등에 확진자가 발생해 전국 450여개 학교가 등교를 미루고, 소아청소년 다낭성염증증후군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됐기 때문이다.

아들 유모군(7)을 학교에 데려다준 엄마 권모씨(45)는 “불안하긴 하지만 학원보다는 학교가 방역이 나을 것 같아 정부 방침을 믿고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군 역시 전날 책가방에 책을 다 넣어놓고 잠들었을 정도로 등교를 기다렸다. 권씨는 “아이가 마스크는 이제 습관이 돼서 잘 쓰고 있긴 하지만 손씻기 같은 기초 습관을 학교에서 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곡초는 교내 거리두기 차원에서 1학년은 월수, 2학년은 화목으로 주 2일 등교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첫날인 오늘은 1학년만 등교해 전체 59명 중 체험학습을 쓴 1명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나왔다. 교내 방역 차원에서 식수 이용과 양치는 금지됐다. 이날 등교한 아이들도 가방 한쪽에 물통을 차고 있었다.

이같은 방역 조치에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오늘 첫째아이를 등교시킨 오모씨(34)는 “주변에서도 다 보내고 아이도 가고 싶어하니 일단 학교에 보냈지만, 사실 등교중지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오씨는 “아이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고, 등교중지가 어렵다면 체험학습 기간을 늘려주거나 원격수업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어린이들이 더운 날씨에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혔다. 방역당국은 교육당국과 협의된 교내 에어컨 가동 수정 가이드라인을 오늘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전국 447개 유치원·초중고등학교가 등교를 연기했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경기 부천시 관내 전체 학교가 등교를 미뤘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일정하게 발생하고 있어 등교 연기 목소리 역시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세륜초 등교현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싱가폴처럼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등교 이후에도 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최근 서울에서도 의심사례가 보고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에 대해서는 “향후 1주일 동안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