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못 가보고 종강이지만...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이버 개강, 집에서 새롭게 익힌 나의 취미생활
by 이병진(lucas2209)3월 16일에 개강하여 지금까지 사이버강의와 과제가 이어지고 있다. 안그래도 들어야 할 강의와 끝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대면 시험을 치룰 수 없어 과제로 대체하고 있다. 매일 녹화된 강의를, 교수님도 보이지 않는 그러한 강의를 들으며, 매주 빠짐없이 나오는 과제를 해치우다 보니 어느 새 5월이 끝나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제들...
우리 학교는 일찍부터 대부분의 이론 수업을 1학기 전면 사이버 강의로 전환하였다. 심지어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학과에서는 실험 강의까지도 비대면 강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험 강의를 실험 없이 듣게되는 이상한 상황이 온 것이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레포트가 예비 레포트와 결과 레포트 두 종류가 있다. 예비 레포트는 실험을 하기 전 예비 조사를 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결과 레포트는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작성한다.
문제는 실험을 하고 써야 하는 결과 레포트를 실험도 하지 않고 써야 한다는 점이다. 숙련된 실험 조교가 찍은 실험 영상과 실험 결과를 보고 레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이게 뭔 말인가? 실험도 하지 않고 결과 레포트를 쓰라니? 학교에 낸 등록금과 학비가 안아까울 수가 없었다. 이론 강의야 그렇다 쳐도 실험 강의까지 이러려면 최소한 학비에 포함된 시설 사용료 정도는 환불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측에서는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해서 논의중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하나의 실험 과목에 불과하다. 나는 이 실험 과목을 포함하여 8개의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과목마다 당연히 과제가 쏟아져 나온다. 기본교양은 과제가 특별히 많은 편으로, 내가 듣고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는 매 주 1000자 분량의 글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심화교양 과목은 조금 덜한 편이지만, 그것도 교수님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교수님은 한 학기를 통틀어서 한두 개의 과제를 내주시는 반면, 어떤 심화교양 과목에서는 전공과목로 착각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과제를 내준다. 정말 과제를 하느라 강의를 못들을 지경이다.
내가 듣는 강의는 모두 녹화 강의이다. 보통 사이버강의를 한다면 Zoom등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실시간 강의를 한 번밖에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실시간 강의보다는 녹화 강의고 좋다고 생각한다. 녹화 강의는 상호소통을 하기 어렵지 않냐는 의견이 많은데, 어차피 실시간 강의에서도 학생들은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실시간 강의에서도 채팅창을 이용하지, 말로 질문이나 의견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녹화 강의에 대해서는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나같이 말을 잘 꺼내려 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이렇게 하는 편이 더 마음편하다.
내가 상상했던 대학 생활은 이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강의 듣고 과제하려고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도 OT도 가보고, MT도 가고, 친구들끼리 카페도 가고, 여행도 다녀보고 싶었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렇게 꿈꾸던 캠퍼스 라이프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공부했건만, 허무했다. 개강 초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금은 그러려니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던 것처럼 활기차게 보내고 있진 않지만, 나름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집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이유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어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지금도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 한 악기만을 취미로 갖다 보니, 다른 악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기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주변에 기타를 치는 친구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기타에도 어쿠스틱 기타, 클래식 기타,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베이스 기타가 눈에 띄였다. 흔히 "이 기타는 왜 4줄이에요?" 라든지, "이 기타는 왜 소리도 잘 안나지" 등의 소리를 많이 듣는 비운의 악기지만,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베이스 기타가 내는 단순하지만 멋진, 깊고 풍부한 저음이 너무 좋았다. 통기타나 현란한 일렉 기타와는 달리 둥, 둥, 둥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연주 모습 때문에 배우기도 쉬워 보였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시가 끝나면 배워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입시 결과가 나오고, 합격 발표가 났을 때, 난 진짜로 행동에 옮겼다. 발표가 나자마자 그 다음 주에 학원을 등록하여 베이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두 달도 채 배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들은 배우기에 충분했다. 그 배운 것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독학하고 있고, 실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체감하면서 더 연습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베이스를 배우다 보니 이제는 통기타도 독학해보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베이스 독학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통기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중고로 기타 한 대 저렴하게 구해서 쳐봤다. 베이스를 배울 때와는 달리 손가락도 엄청 아프고, 손목도 저렸다. 아마도 통기타 줄이 더 얇아서 아픈 것일 터였다. 기타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이다.
기타는 독학으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악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입문자에게 생각보다 어려운 악기이다. 피아노와는 달리 소리를 내는 것부터 쉽지 않고, 코드를 전환하는 것도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알고, 아픈 것을 참고 매일 연습하다 보니, 손가락에도 굳은살이 생겨서 손가락의 고통은 줄었다. 코드를 잡는 속도도 빨라졌다. 통기타에도 점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베이스와는 색다른 연주감이 있었다.
앰프를 아파트에서 사용할 수 없으니, 둥둥거리는 베이스 기타의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다른 악기 없이 베이스만 연주하는 것은 솔직히 크게 재미가 있지는 않다. 대신 통기타는 소리도 잘 들리고, 기타 하나의 악기만 가지고도 충분히 노래를 표현할 수 있으니 더 재미있었다.
지금은 베이스 기타와 통기타 번갈아가며 연습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각보다 즐겁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조금씩 느는 실력을 보면 마냥 뿌듯하다. 내가 집에만 있어도 즐거운 이유이다. 비록 다른 사람과 만날 순 없어도, 친구들과 만나 놀거나 대화를 할 순 없어도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피아노, 단 하나에서 피아노, 베이스, 기타 세 개가 되었으니 그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연습할 시간도 없어서 흐지부지해졌을 지도 모른다. 특히 나는 기숙사를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훨씬 줄었을 것이다. 그럼 연습은 커녕 기껏 구매한 악기를 손도 대보지 못했겠지.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법
어느덧 종강이 다가오고 있다. 6월 말이면 많은 대학들이 종강을 할 것이다. 교수님 얼굴도 모르고 동기들 이름도 모른 채로 말이다. 집에 있으면서 투덜대고 이 상황을 한탄하는 것보다는, 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오히려 이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시간이 없다고 계속 미뤄두었던 취미들을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참에 해보고 싶었던 악기를 배워보는 것은? 배워보려다가 포기한 악기들은? 물론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참고 시간을 들이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취미로, 어쩌면 평생 취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