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출신 美 보좌관 '인적 자본' 용어 썼다가 '비인간적' 비판 받아

경제학 용어이지만 '우생학' 연상 시키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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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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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AFP 연합뉴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이 노동자를 두고 ‘인적 자본(human capital stock)’이라 불렀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말은 경제학에서 노동력과 노동자를 부를 때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많은 노동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고된 상황에서 사용하자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해싯 보좌관은 경제학 박사로 미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CBS방송 등은 26일(현지 시각) 해싯 보좌관이 지난 24일 미 CNN에 나와 한 발언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우리의 인적 자본은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의 인적 자본은 일터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으며, 이전 위기 때보다 더 빨리 정상으로 돌아갈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4월 말 조사에서 미국인 3분의 2가 직장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을 경제를 돌리는 요소란 뜻으로 ‘인적 자본’이란 말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5월에 직장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분의 1에 그쳤다.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해고 노동자 노아 코왈로프(42)씨는 CBS 인터뷰에서 “가게가 문을 다시 열면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싯의 ‘인적 자본’ 발언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라이언 애번트 편집장은 트위터에 “인적 자본이란 말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사람을 지칭하는 걸로는 어리석은 표현”이라고 올렸고,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포드스쿨 교수는 “노동자를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경제학에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인적 자본이란 용어는 오랫동안 우생학과 관련됐다”며 “해싯의 발언은 인류사와 미국 역사에서 어두운 시기를 연상시킨 탓에 더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비판을 두고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너선 차이트 뉴욕매거진 기자는 “경제학자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때 혼란스러운 전문용어는 피해야 한다”면서도 “사람들이 경제학 용어를 쓴 경제학자에게 너무 격분하는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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