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손녀 첫 등교, 잠 못 이룬 할아버지 "학교 믿고 보내요"

코로나19 확산, 등교 연기 학교 450곳 넘어 학부모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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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2 학년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보물 같은 아이인데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 고사리손을 꽉 쥔 할아버지 정모씨(73)는 손녀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 날에도 웃지 못했다.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서 450개가 넘는 학교가 등교를 연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27일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 개학을 맞았지만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 등굣길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모씨(73)는 "손녀는 며칠 전부터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애들 엄마 아빠나 나는 보내야할지 말아야할지 계속 고민했다"며 "학교를 믿고 보내기로 한 만큼 별탈 없이 잘 지내기만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세륜초등학교는 등교시간이 오전 9시까지다. 원래는 오전 8시30분쯤 되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데, 이날은 오전 8시40분이 넘어서야 학생들이 하나둘 부모나 조부모의 손을 잡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큼직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이날 학교에 데려다 준 학부모 이모씨(35)는 "면마스크를 써도 된다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KF94 보건용 마스크를 씌웠다"며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피해를 줄 수 있는 거니까 손 잘 씻고, 마스크 벗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정용철씨(48)와 조현주씨(45·여) 부부는 이날 자녀 정유나양(6)이 처음으로 세륜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동안 자녀를 집에서만 가르쳤던 부부는 정양이 유치원이라는 곳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터라 걱정이 많다고 했다.

정씨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친구도 사귀고 사회성도 기르면 좋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보내기로 했다"며 "사실 어제 밤까지도 보낼지 말지를 두고 아내랑 상의를 했는데 학교와 정부를 믿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가 다 들여다 볼수는 없지 않느냐"며 "부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지도해주시고, 시설이나 기구도 수시로 소독해서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이모군(8)은 이날 혼자서 학용품과 실습도구 등 각종 준비물이 한가득 담긴 종이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씩씩하게 등교했다.

이군은 "엄마가 마스크 절대 벗지 말라고 해서 답답하지만 쓰고 있다"며 "불안한 거는 별로 없고 빨리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