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코로나 백신 전쟁, 미국 제약사 넘버3도 참여

머크, 26일 "코로나 백신 2종 개발 중"
J&J, 화이자 이어 1~3위 업체 모두 참여
면역반응 강력한 유전자재조합 백신 개발
중국, 유럽 제약사들도 가시적 성과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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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7 09:15 | 수정 2020.05.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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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모양의 돌기를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NIAID

미국 제약사 머크가 국제기구와 함께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크는 지난해 46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존슨 앤드 존슨(J&J)과 화이자에 이어 미국 제약업계 3위에 올랐다. 존슨 앤드 존슨과 화이자도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제약업계 1~3위 업체가 모두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성공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머크는 26일(현지 시각) “두 가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 물질도 이미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로저 펄무터 머크 연구소장은 이날 “우리 회사는 (백신 개발에) 늦었다기보다 신중하다고 볼 수 있다”며 “머크의 기술과 경험은 다른 작은 회사들이 이룬 성과를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無害 바이러스 이용한 코로나 백신 개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전 세계에서 124종의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미국 모더나와 이노비오처럼 유전물질인 RNA나 DNA를 이용한 유전자 백신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다른 해가 없는 바이러스에 집어넣은 유전자 재조합 백신,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한 백신과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이용한 백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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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의 머크 본사 정문. 26일(현지 시각) 머크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코로나 백신 2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로이터

머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이 중 유전자 재조합 백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주사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인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난 것과 같이 면역반응이 유도된다.

존슨 앤드 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 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복제되지 않는다. 반면 머크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 중에서 복제가 가능한 약독화 전달체를 이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복제 가능한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이용하면 그만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많이 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면역반응도 더 강하게 유도되는 장점이 있다.

펄무터 소장은 “복제 가능한 전달체로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만들면 시간이 더 걸리지만 한 번 접종으로 강력한 면역반응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하는 게 우리 회사의 우선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전 세계 수요를 감당하려면 복수의 코로나 백신이 필요하다”며 “노인과 어린이 등 인구 집단에 따라 다른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 경쟁이 가장 먼저 성공한 회사가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머크의 코로나 백신 중 하나는 여전히 복제가 가능한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VSV)를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의 전달체로 이용했다. VSV는 가축에서만 구내염을 유발하고 인체에는 무해하다. 마크는 이미 에볼라 백신 개발에서 VSV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성공시킨 바 있다. 머크는 국제에이즈백신계획(IAVI)과 VSV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IAVI는 이미 같은 방식으로 라사열,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등 여러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IAVI는 미국 보건복지부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3800만 달러의 백신 연구비를 받았다.

다른 백신은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가 개발한 홍역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다. 이 바이러스 역시 독성을 크게 줄여 인체에 해가 없다. 대신 복제가 가능해 면역반응을 크게 유도할 수 있다. 머크는 파스퇴르 연구소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오스트리아 제약사 테미스를 인수했다. 파스퇴르 연구소와 테미스, 미국 피츠버그대는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로부터 49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글로벌 제약사들, 백신 개발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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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슨 앤드 존슨은 정부와 함께 10억 달러를 투자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10억명 접종분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AP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복지부의 BARDA는 존슨 앤드 존슨의 유전자 재조합 백신과 모더나 세러퓨틱스의 RNA 백신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존슨 앤드 존슨은 미국 복지부 BARDA로부터 지원받은 4억56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0억 달러를 투자해 모두 10억명 분량의 백신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존슨 앤드 존슨은 지난달 29일 메릴랜드 소재 백신 제조 전문업체인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과 대량생산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미국과 유럽에서 RNA를 이용한 코로나 유전자 백신의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올가을까지 비상용 백신을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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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화이자 본사. 화이자는 독일 업체와 함께 코로나 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모더나와 중국 칸시노가 같은 방식의 RNA 백신으로 인체에서 항체 형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AP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넣어 인체에 전달하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9월까지 100만명 접종분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는 독감 백신과 아직 개발 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백신에 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사노피의 유전자 재조합 백신에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GSK의 항원 보강제를 함께 투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GSK의 항원 보강제는 이미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효과를 봤다.

중국은 현재 임상 시험 중인 코로나 백신 8개 중 4개를 개발하고 있다. 3개는 전통적으로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한 백신이고 하나는 칸시노 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유전자 재조합 백신이다. 칸시노는 지난 22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100여명에게 시험해 기대한 면역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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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텐진에 있는 칸시노 바이오로직스. 최근 임상 시험에서 코로나 백신이 중화항체를 형성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CanSino

현재까지 발표로 보면 중국 칸시노가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르다. 칸시노는 랜싯 논문에서 고용량 백신을 투여한 사람들은 4분의 3이 중화(中和)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중화황체는 바이러스에 결합해 무력화하는 항체로, 감염 전파를 막는 방패와 같다. 단순히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병을 앓았다가 나았다는 의미이고, 중화항체가 있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 앞서 모더나도 임상 1상 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에 항체가 형성됐고, 최소 8명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6월 백신 임상시험 기대

국내 기업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임상 시험에 진입한 업체는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컨소시엄(제넥신·바이넥스·국제백신연구소·제넨바이오·카이스트·포스텍 등), 스마젠, 진원생명과학, 한국화학연구원 등 최소 8개 연구소·기업에서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넥신 컨소시엄은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을 원숭이에게 실험했고, 바이넥스에서 임상 시료 생산을 완료했다. 제넥신은 이달 중 임상 시험 계획서를 제출해 다음 달 임상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방식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이노비오의 자회사이다. 이노비오는 한국계 과학자인 조셉 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조셉 김 대표는 “한국 식약처와 임상 시험 절차를 논의 중이며 6월 중 임상 시험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의 백신 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달러(약 44억원)의 연구 개발비를 지원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의 일부인 서브유닛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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