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소환에 길어지는 사법리스크...재계·학계 "삼성, 코로나·미중분쟁에 재판까지"(종합)
by NEWSIS이어진 수사·재판으로 정상적 경영이 어려운 상태 지속
'뉴 삼성' 향한 이 부회장 행보 지연되거나 올스톱 우려
각계서 "무리한 수사로 기업 압박 행태 중단해야" 지적
[서울=뉴시스] 김종민 고은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26일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공황 이후 100년만에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위기 속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이 겹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내외적인 악재와 변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끝없이 이어지는 수사와 재판 등으로 인해 삼성은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이 부회장의 소환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그룹 총수의 검찰 소환에 긴장감은 흘렀다. 불확실성 속에 사법 리스크까지 가중돼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행보가 늦어지거나 아예 '올스톱' 되는 것이 아니냐는 구성원들의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재계와 학계 안팎에서도 기업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삼바 분식 회계가 회계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였고, 이번 정권이 만든 정치적인 사안이지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그걸 주장한 참여연대 출신이 금감원장이 되면서 지난 정권에 금감원에서 아무 문제 없다는걸 다시 문제 삼은 것이기 때문에 원고와 재판관이 같았던 이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뿐 아니라 훌륭한 경영진들, 특히 미래전략실에 있던 경영진들 다 사법 관련 와중에 감옥에 가고 퇴출되면서 어마어마한 우수 경영 탤런트들이 유실되고 있는 상황이 4년째 지속됐다"면서 "이것은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계에도 불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준성 성균관대 법대교수는 "삼성바이오와 물산 합병 두 건이 다 승계와 연관있다 보는게 검찰 시각인데, 이건 오해다"라며 "삼성바이오는 IFRS(국제보험회계기준) 회계 기본원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빚어진 사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삼성물산 사건은 어차피 주주총회 통해 잘 해결된 문제다. 가장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인 주주들이 3분의 2가 찬성했는데 왜 문제가 되냐"며 반문하면서 "합병비율이 문제라 하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정확한 비율 계산해 한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대통령도 정부와 기업은 한 배를 탔다 말씀하시는데 (정부에서) 서로 간 손발이 안맞는 디커플링이 되는 것 같다"며 "손발이 맞아야 기업도 기가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하면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의사결정구조가 차질을 빚는 상당한 리스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장기간의 경영 공백이 생긴다면 여러 어려움 속에서 잘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삼성의 재정적 역할 뿐 아니라 파생적 영향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역할을 한다"라며 "신산업, 신기술은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소환과 이어지는 재판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소환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국내외 위기극복 행보가 타격 받을까 우려된다"며 "삼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리더의 영향력은 기업성과 중에 30% 이상 차지하는데,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룹 총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위기때 산업판도가 바뀌는데, 이때 과감한 투자와구조조정을 해야 큰 기회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에서 재판부는 합병 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당하게 정해졌다고 인정했다"며 "이미 사법부 판단이 끝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합병 비율을 다시 문제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자본시장법에 의거 주가에 따라 이뤄진 합병'을 부정하는 것은 법 준수를 감시해야 할 기관 스스로가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사당국은 삼성이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부풀려 무리한 합병을추진했다고 주장하며, 바이오사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무시한 채 '사기'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의 '비전'이 현실화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3위, 40조 규모의 초대형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식회계 의혹에도 불구 투자자들은 더욱 몰리고 있으며,문재인 정부도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더불어 바이오를 3대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지정해 전폭적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합병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분식회계로 사업가치를 부풀린게 아니며 경제활성화 국민기대와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국정농단 사건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2017년 진행된 특검 수사로 뇌물 공여 등 혐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 조사 대상이 돼 재차 수사기관에 소환된 것이다.당시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됐는데,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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