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1000배 센 기후위기... 그린 뉴딜은 생존 문제"
[인터뷰] 여당 내 그린 뉴딜 전도사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by 글: 이승훈(youngleft)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린 뉴딜이 왜 필요한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터뷰 초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 의원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이 그린 뉴딜 투자를 할 절호의 기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면 제대로 된 곳에 써야 한다. 탈탄소 인프라 구축, 녹색 산업 전환 투자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규모 부양책으로 손색이 없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생산 활동을 줄이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라며 "때문에 탄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게 그린뉴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녹색체제로 대전환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언급 후 화두로 떠오른 '그린 뉴딜'
그린 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이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인간의 생산활동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다.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그린 리모델링(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에너지·이동수단·주거(건물)·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궁극적으로는 중단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2018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해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노원구청장 재임시절부터 그린뉴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여러 사업을 추진해 왔다. 노원구에 에너지 제로 주택 121세대를 보급한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냉난방과 조명 등에 화석 연료를 쓰지 않는 주택이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난방은 지열로 하고 나머지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으로 얻는다. 2017년 12월에 열린 오픈하우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서도 지난 2년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그린 뉴딜을 통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약에 그린 뉴딜이 포함되도록 애쓰기도 했다. 또 정부에 한국판 뉴딜에 반드시 그린 뉴딜이 포함돼야 한다는 여당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앞장섰다.
김 의원은 "한국판 뉴딜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집중하다보니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중장기 과제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그린 뉴딜에 대한 고민과 추진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당의 제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반겼다.
"구글도, 애플도 재생에너지 100%... 그린 뉴딜은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
이날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를 막는 환경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효율화 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노동집약적이어서 산업과 고용 측면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다"라며 "영국의 경우 1985~2016년 사이에 GDP가 70.7% 증가하면서 탄소 배출량은 34.2% 감소했고, 독일에서는 전통적인 제조업 영역보다 그린 뉴딜에 해당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그린 뉴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구글, 애플 등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사 생산 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납품 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BMW의 경우 LG화학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애플은 삼성전자에 반도체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공급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은 결국 경제 문제이고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국내에서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해외에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끝난 '녹색 성장'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녹색 성장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4대강 사업을 했고 결과적으로 녹색 성장이라는 단어를 훼손했다"라며 "당시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자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투자를 준비한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 손해를 봤는데, 제대로 된 녹색 성장을 추진했더라면 우리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그린 뉴딜을 통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의 토대를 놓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탈탄소는 장기 과제인 만큼 문재인 정부 남은 2년동안 기반을 다지고 다음 정부에서 더 진전된 정책이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4차 산업 사회로 전환에 필요한 과제들을 풀어갈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에 적극 나서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다음은 김성환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기후위기는 코로나 사태의 1000배 강한 위협"
- 노원구청장 재임 시절에도 에너지 제로 주택을 최초로 공급하는 등 그린 뉴딜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린 뉴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지금 가장 심각하게 밀려오고 있는 위기는 기후위기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이대로 가면 여섯 번째 멸종 대상은 인류가 될 것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경고다. 괜한 이야기가 아니고 기후위기는 실제 코로나19의 100배, 1000배 강한 위협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이 문제 대비에 너무 더디다. 유럽과 미국에서 그린 뉴딜은 산업혁명 기반이었던 탄소문명에서 탈탄소 문명으로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리가 속도를 늦출 경우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노원구의 에너지 제로 주택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주거에서 탄소를 쓰지 않고도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국내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 제로 주택과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추진된다면 지구도 살리면서 건축 분야의 기술 혁신과 부가가치 창출, 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그럼에도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는 그린 뉴딜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집중하다보니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과제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대치되는 게 아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여당에서도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에 포함돼야 한다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그린 뉴딜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추진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당의 제안이 반영됐다고 본다. 결국 대통령 지시로 그린 뉴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으니 둘을 묶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린 뉴딜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생산 활동을 줄이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 때문에 탄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게 그린뉴딜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녹색체제로 대전환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이 그린 뉴딜 투자를 할 절호의 기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면 제대로 된 곳에 써야 한다. 탈탄소 인프라 구축, 녹색 산업 전환 투자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규모 부양책으로 손색이 없다. 그린 뉴딜 투자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그린 딜'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올 1월 최소 1조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340조원을 그린 분야 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수가 자동차 산업 넘어"
- 그런데 아직도 그린 뉴딜을 환경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 전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뭔가?
"지금까지의 화석연료 기반 경제는 성장할수록 환경오염이 심해졌다. 그래서 '녹색'이라고 하면 성장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지면 경제를 성장시키면서도 환경부하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산업과 에너지 효율화 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노동집약적이어서 산업과 고용 측면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다. 영국의 경우 1985~2016년 사이에 GDP가 70.7% 증가하면서 탄소 배출량은 34.2% 감소했다. 독일의 경우 전통적인 제조업 영역보다 그린 뉴딜에 해당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석에너지를 적게 쓰고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면서 경제적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런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후는 물론 경제도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올해 2월 연구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할 경우 일자리가 144만개 증가하고 기후위기 대응 비용이 192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 우리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독일의 경우 자동차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규모가 40만명 정도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가 이미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를 넘었다. 독일의 브레멘 시는 조선업 도시였는데 조선업체가 풍력 부품 기업으로 전환해서 3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덴마크 에스비에르 시는 우리로 치면 군산 정도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였다. 여기가 유럽의 풍력발전 전진기지로 전환하면서 도시 전체가 풍력산업으로 먹고 산다. 미국도 오바마 정부 시절 재생에너지 분야 그린 뉴딜로 8년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분야 일자리가 305만개로 증가했다. 석탄화력발전산업 고용인원이 9만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굉장한 수치다."
- 그린 뉴딜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은 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녹색성장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4대강 사업을 했다. 결과적으로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를 훼손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이야기하자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투자를 준비한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 손해를 봤다. 현재 풍력발전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인 덴마크의 베스타스와 독일 지멘스도 그 무렵에는 기술력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당시 우리도 제대로 된 녹색성장을 추진했더라면 우리 기업들 중에서도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좋은 시기를 놓친 게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재생에너지 분야를 키워나가야 한다."
"시급한 건 단기 일자리 창출 효과 큰 그린 리모델링"
- 시급히 추진해야 할 그린뉴딜 분야가 있다면.?
"탄소를 줄여야 하는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건물·수송·전력 산업이다. 단기적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단기적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큰 분야다. 예를 들어 학교 건물 리모델링의 경우 옥상에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창호를 단열 성능이 높은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또 디지털화를 통해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디지털 경제에 맞게 바꾸는 거다. 오래된 산업단지의 경우에도 비어있는 건물 옥상에 태양광 설치와 함께 건물 자체의 단열성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내부는 스마트 공장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꾸준히 추진한다면 삼중창 등 단열 소재 산업이 발전하고 소규모 리모델링의 경우 지역 건설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 그린 뉴딜의 핵심은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혁신 가능성이 큰 분야다. 화력발전소만 6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기술 혁신과 일자리 만들기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체계도 중앙 집중형에서 지역 분산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차이가 나는데 전기가 남는 경우, 부족한 경우를 조율해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 스마트그리드라고 하는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런 인프라 투자를 통해 화력발전의 조기 퇴출을 추진해야 한다."
-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 같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건 에너지 전달 체계도 분권형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에너지 분권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에너지 분권이 필요하다. 저도 최근에 지역에 상계 햇볕발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구호는 '지구도 살리고 돈도 벌자'다. 조합원들이 1억4000만원을 출자해 99kW 생산 설비를 설치했다. 생각보다 수입이 좋다. 4월 8일부터 시작했는데 4월말까지 400만원의 수익이 생겼다. 현행법상 아파트 옥상에서는 별도 수익사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도서관 옥상을 임대했다. 이런 규제들을 풀어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재생에너지는 비싸다는 편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미 유럽에서는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영국의 사례다. 영국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원전을 지으려고 했는데, 원전보다 풍력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원전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했다. 일본 히타치가 영국 원전 사업에 뛰어들어 3조원 이상 투자했는데도 포기하고 빠져나왔다. 우리도 단기적으로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같이 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추세인 탈원전, 탈석탄은 피할 수 없다."
- 생산 과정에 화석연료를 쓰지 않겠다는 '탄소 제로' 선언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는데.
"구글, 애플 등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다. 구글, 애플 등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사 생산 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납품 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BMW의 경우 LG화학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애플은 삼성전자에 반도체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은 경제 문제이고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에서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해외에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 무역 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 유럽은 이미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고 있다. 산업경쟁력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및 관련 인프라 확대는 중요한 과제다."
"21대 국회, 탈탄소 문명 대전환의 토대 마련해야"
-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환경부를 중심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마련 중인데 핵심은 뭐가 돼야 한다고 보나.
"정부안은 그린 리모델링 중심으로 건물에너지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단기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장기적 관점의 보완이 필요하다. 민주당에서는 장기적 관점의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미래차 산업, ICT 산업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정책 지원을 제안했다. 전력망 ICT 인프라 확대, 그린수소, 스마트-그린 산단 구축, 스마트 그린 도시 구축, 미래차 비중 확대 등 2050년 탄소제로 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 비전들이다. 당정이 협의해 나가면서 사업 계획을 수정 보완할 계획이다."
- 정부가 석탄화력발전 퇴출 계획을 늦추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로 설정했는데 너무 미흡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는 목표와 수단 측면에서 굉장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과감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지구 온도 증가를 1.5도 이하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0년 수준보다 40~50%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린피스는 석탄발전과 원전 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에 한국이 공적자금 투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석탄과 원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면서 경영난에 봉착한 게 사실이다. 세계적 추세를 보면 재생에너지로 사업 전환을 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서 위기에 빠졌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기존의 사업을 계속하라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라는 요구다. 공적자금이 사업 전환에 쓰이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세계 풍력 시장에서는 이미 10메가와트급이 상용화됐다. 두산 중공업은 5메가와트 수준이다. 기술 격차를 빨리 따라잡아야 미래가 있다. 독일의 지멘스 역시 원전기업이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해 승승장구 하고 있다."
- 그린 뉴딜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21대 국회에서는 제도적 장벽을 걷어내고 탈탄소 문명으로 가기 위해 과감한 정책 목표를 세우고 대전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에 21대 국회가 출발한다. 또 21대 국회 임기 중간에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탈탄소는 장기 과제인 만큼 문재인 정부 남은 2년동안 기반을 다지고 다음 정부에서 더 진전된 정책이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2050년까지 30년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기후위기를 막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저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4차 산업 사회로 전환에 필요한 과제들을 풀어갈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