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제주판 살인의 추억' 무죄 체면 구긴 검찰…항소심은?
1심 재판부 "검찰 압도적인 증거 제시못하면 무죄"
항소심도 무죄 선고면 미제 가능성 높아져
by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보육교사 살인사건 등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항소심에서 뒤집힐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유죄 입증을 자신했다가 잇따른 무죄 선고에 체면을 구겼다.
이번 항소심이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될지, 아니면 영영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될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범죄 인정은 재판부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검찰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 의심이 간다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고유정 범인이라 할 '압도적 증거' 없다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1심 재판부는 고유정의 범행을 의심하면서도 범인이라고 확신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택했다.
1심 재판부는 고유정이 아이가 죽은 후 덮고 있던 이불을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했고 남편에 수면제가 든 약을 먹인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은 무죄였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예나 지금이나 고유정을 지목할 직접증거 '스모킹건'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는 간접증거만으로도 살인사건 입증이 가능은 하지만 이 경우 간접증거가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돼있다.
지난 20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고유정이 아들 사망시간 자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검찰 증거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검찰측은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는 다른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꼴이 됐다.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전 남편 살인사건과 병합된 고유정 의붓아들 사건은 6월 17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보육교사 살인사건 "합리적 의심 배제할 증거 없다"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도내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다.
11년 전인 2009년 2월1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27·여)가 실종되고 일주일만인 2월8일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해결의 가장 기초단서인 사망시간마저 의견이 엇갈리는 등 수사는 난항이었고 이 사건은 2018년까지 미제로 남아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다.
경찰은 2018년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범행 시간을 피해자가 실종된 당일로 추정하고 택시기사였던 A씨(53)를 범인으로 지목, 10년만에 법정에 세웠다.
특히 A씨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의 미세섬유를 유력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의 택시 안에서 검출한 피해자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스탕 털 등을 재감정해 항소심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첫 재판 이후 무려 8개월만인 27일 이 사건의 항소심 두번째 재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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