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클래스도 곧 졸업, 제일 힘들었던 건 '이것'

[고1의 경험기] 드디어 다가온 6월 3일 등교 개학... 온라인 개학을 돌아보다

by

온라인 수업이 끝나가고 있는 현재. 고1인 나는 6월 3일부터 드디어 격주로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다. 오늘은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온라인 개학을 하며 느꼈던 나의 소감을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단톡방에 출석 체크와 과제 폭탄 온라인 수업

나의 하루는 알람과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오전 8시 10분, 오늘도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난다. 손으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질끈 감는다. 5분 뒤에 다시 울리는 알람.

어쩔 수 없이 힘겹게 눈을 뜨고 반톡(반 단체 카톡)에 들어가 출석 체크를 한다. 만약 대답이 늦어질 경우 선생님의 모닝콜로 아침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도 한 번 받아봤는데 너무 창피해서 그 뒤로 출석 체크는 무조건 하게 되었다.

핸드폰 화면을 끈 다음 바로 다시 취침 모드. 5분마다 계속 알람이 한 개씩 울린다. 끄고 자고 끄고 자고. 마지막 알람이 울렸을 때, 고민하기 시작한다.

'더 자고 싶은데... 딱 5분만 더 잘까?'

등교 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는 건 항상 힘들다. 분명 잠을 잤는데 왜 더 졸린 걸까? 겨우 유혹을 뿌리치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꾸물꾸물 침대에서 기어 나온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침밥을 먹으며 컴퓨터를 켜면 오늘도 EBS 온라인 클래스의 파란 메인 화면이 덩그러니 떠 있다.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0/0524/IE002645199_STD.jpg
▲ 온라인 과제 계획표 잊지 말고 바로 바로 하자! ⓒ 정다은

 
뉴스에서는 화상 수업에만 초점을 두어 많은 사람들이 화상 수업이 주요 수업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선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거나 EBS 인터넷 강의를 올려 놓는다. 나도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화상을 통한 만남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오늘의 과제를 확인한다. 개인적으로 과제 중 퀴즈가 가장 짜증 날 때가 많다. 서술형 문제의 경우 분명히 맞는 답을 입력했는데 오답으로 떠서 머리가 띵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접속 오류나 기술적인 오류는 자주 발생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과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니 끝도 없이 미루게 되었다. 친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 이런 카톡을 자주 주고 받았다.

'야. 나 미술 과제 어제까지였는데 안 냈어. 어떡함?'
'헐 미술 과제가 있었음? 나는 그것도 몰랐네. 망했다.'

감사하게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알아주시고 선생님들께서도 문자로 미제출 과제를 수시로 알려주시며 배려해주셨다.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을 시 결과 처리가 되므로 당황해서 허겁지겁 과제를 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금은 과목별 과제 제출 규칙을 한 곳에 정리해서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과제 중 과제를 작성한 후 프린트해서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과제도 까다롭다. 집에 프린터기가 없는 친구들은 매번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 

꿀같은 4시간의 자유시간, 삶의 질 높여

겨우 온라인 수업이 끝난 후에는 온전히 자유시간이다. 이게 온라인 개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생활에서 꿈꿀 수 없는 혼자만의 여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편하게 쉴 수도 있고, 친구들과 요즘 유행하는 심리검사를 해본 후 결과를 공유하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을 느낄 수도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 등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또한 고등학생이니 피할 수 없는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도 생긴다. 밖에 나가지 않으니 쓸데없이 돈 쓸 일도 없고 좋은 점도 많다.  

저녁 6시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학원에 갈 준비를 한다. 하루 종일 한 것은 별로 없지만 학원 가기 싫은 건 마찬가지이다. 주섬주섬 숙제를 챙기고 학원으로 느릿느릿 향한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초반에는 화상 회의 어플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조금 잠잠해지자 바로 학원 출석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시간 내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굉장히 답답하다.

이제 마스크를 쓰고 등교해서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하니 슬슬 걱정이 된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숨쉬기 힘들어질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다. 올해 여름에는 휴대용 손 선풍기는 필수로 장착해야 할 것 같다.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0/0520/IE002643785_STD.jpg
 코로나19로 인해 개학 연기 후 고 3의 첫 등교일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온라인 개학도 이제 끝나간다.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이러스도 시험은 이기지 못하나 보다. 다가오는 등교 개학에 설렘 반 불안감 반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첫 수업을 컴퓨터로 듣게 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온라인 수업은 학습 내용을 자습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선생님과 반 친구들과의 교류를 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학교에 등교 하지 않는 대신 내 자유시간은 충분해서 좋았다. 온라인 수업은 인생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일이라 낯설고 생소했다. 

이제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웃으며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 등교 개학을 하면 아침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교문을 향해 뛰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고등학교 입학 후 첫 등교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