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간 적 없고 증상 없어도 외국인은 투숙 불가?

강릉 호텔, 외국인 투숙 거부... 전문가들 "내국인과 차별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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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각 지자체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방역복을 입은 채 외국에서 입국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비 안전한 귀가를 위한 교통편을 안내하고 있다. 1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며, 위반시 정부는 무관용원칙으로 처벌할 것이라 밝혔다. ⓒ 권우성

 
지난 22일 중국인 김일(34)씨는 전날 예약했던 강릉 A호텔로부터 돌연 '예약 취소 요청'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들의 입실이 모두 금지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중국인이었지만 지난 2월 이래 계속 한국에 있었다. 물론 코로나19 유사 증상도 일절 없었다.

김씨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는 2월 이후로 해외 여행 이력이 전혀 없었다, 직장도 서울에 있어서 한국인들과 계속 함께 생활해 왔다"면서 "하지만 당시 호텔 관계자에게 제 상황을 다 설명했음에도 '국적은 입실의 기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런 제한이 이 호텔 한 곳만이 아니라 강릉 전 지역에서 시행된다고 안내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슷한 일은 저만이 아닌 다른 외국인 친구에게도 있었다"면서 "4월 초에 제 친구는 중국 여행 사이트에서 같은 호텔을 예약했는데 그 친구도 다음날 사이트에서 호텔 규정상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는 여행사와 협의 후 정동진 소재 다른 호텔로 예약하려 했으나 외국인 투숙자를 받는 다른 호텔마저 없어서 결국 강릉 여행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코로나19는 특정 국가에서만 일어난 감염병도 아닐 뿐더러 외국인만 걸리는 병도 아니다"라며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되레 다른 조건(예방수칙 및 코로나19 유증상자 관련 수칙)에 맞춰서 투숙객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연락해보니 제 사례는 국적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강릉보건소는 숙박 업소의 방침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A 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은) 앞서 1월 22일에 국내에서 거주하셨던 영주권자 분(외국인)이 다녀가신 후 확진 판정을 받아 호텔 문을 며칠간 닫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로) 현재 해외 국적 분들은 투숙이 안 된다, 홈페이지에도 기재가 돼 있다, 관련해 더 답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릉보건소 숙박위생담당과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입국자들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 정책을 시행한 뒤로는 해외 입국자들의 이용 자제 요청 문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해당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는 입국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들의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권고 문구를 보낸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지나 문구를 강릉 소재 숙박업소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강릉시 내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 외국인을 금지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묻자 그는 "외국인 출입을 안 시키는 것은 우리(보건소)가 계획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관내 숙박업소에서 외국인의 숙박을 제한한다는 문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문제가 된 해당 호텔의 경우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1주일간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라며 "호텔이 입은 피해를 고려했을 때 외국인 방문객의 입실을 말리는 것은 생각해줘야(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해외 입국자, 2주간 의무 자가격리 조치 진행돼"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의료 전문가들은 해당 호텔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교수는 "4월 1일부터 정부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의무적으로 2주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면서 "그전에는 필수 자가격리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의) 그런 조치가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 교수는 "걱정해야 하는 건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도 해당한다"면서 "입국 후 충분한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도 해외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전 국장은 "지금은 되레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2주 자가격리 조치를 통해 모두 걸러지고 있다"면서 "외국 거주자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내국인과 똑같다, 방역당국도 그렇게 전제하고 방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국장은 "호텔로서는 과학적 근거에 앞서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두려움을 실제로 실행해 외국인 전원이 호텔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에서 취할 수 있는 방역 대책은 무엇일까? 기모란 교수는 먼저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강조했다. 방문객들의 리스트 작성, 통행시 마스크 착용, 건물 내 환기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기 교수는 "호텔 안에 있는 위험성 높은 장소에 주의를 높여야 한다,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그런 공간은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가 예로 든 장소는 호텔 안에 위치한 노래방, 뷔페와 같은 인구 밀도가 높은 시설이다. 이어 외국인의 경우 언제 입국했는지를 확인해서 14일 자가격리 이후 방문한 건지 공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