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동생하며 한솥밥 먹던 김정태·조용병…32년만에 의기투합

신한-하나, 글로벌사업 협력 이정표 세워…국내 금융권 첫 사례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 인연…대형 M&A 공동 추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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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 © 뉴스1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한국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해외사업 공동 협력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만나서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손을 잡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금융권에선 벌써부터 두 금융지주가 대형 M&A(인수합병)에 공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두 금융지주의 해외사업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은 그동안 과당경쟁으로 제살깎기에 바빴던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사례들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 금융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힌 껄끄러운 관계였다.

MOU에 대한 첫 논의는 '국제통'인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은행 간 협업 논의에서 시작됐지만 지주사간 전격적인 협력으로 결론이 나기까지는 두 회장의 개인적인 인연이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두 회장의 인연은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점 당좌 담당 수석대리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었고 외환 담당 막내 대리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었다. 이들은 약 1년간 함께 근무했다.

1952년생인 '형' 김 회장과 1957년생인 '동생' 조 회장은 근무가 끝나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라서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랬던 그들은 약 32년의 오랜 시간이 흘러 국내 대표 금융지주를 이끄는 회장들로서 한국 금융 역사의 새 출발점을 마련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과당경쟁을 지양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것. MOU에는 △글로벌 사업 전반의 공동 영업기회 발굴 및 추진 △각국 규제와 이슈 사항에 대한 공동 대응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기타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력 등이 담겼다.

김 회장과 조 회장은 달리기, 등산 등 인내심이 필요한 스포츠를 즐겨온 공통점도 갖고 있다. 등산이 취미인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이었을 당시 '발바닥 경영'으로 유명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도움을 줘야할 시기가 오면 함께 등산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거리감을 좁힌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조 회장은 마라톤 풀코스를 10회 이상 완주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바쁜 업무로 자주 달리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나면 가볍게 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전세계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하나금융과 현지화에 강점을 가진 신한금융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두 회장 모두 실천을 강조하고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