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의 꿈]반대하면 '배신자' 낙인…'당론'을 어찌하리오
[㊥일하는 국회-3] '당론정치' 개선 목소리
"민주적 당론화 과정 보장해야…자동 심의·상정 제도화 필요"
by (서울=뉴스1) 김진 기자'당론'은 한 정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주요 입법의 동력이자, 반대하는 법안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다. 정당정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당론이지만, '당론정치'를 놓고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 대립 국면마다 협상이 아닌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행태와, 당론이라면 여론을 거스른다 해도 따르는 암묵적 관행이 '헌법기관'에 해당하는 의원 개개인의 소신투표를 막고 여야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당론정치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낙인 효과'다.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강성 지지층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조차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다.
특히 지지층으로부터 하루 수 천 건씩 쏟아지는 '문자 폭탄'과 의정활동, 선거를 앞둔 공천 등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의원들의 철저한 자기 검열을 부추긴다.
당론을 등졌다가 논란이 된 의원들의 사례는 20대 국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7월22일, 문재인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서는 장제원·김현아 의원에 대한 '해당 행위' 논쟁이 일었다. '반대' 당론을 정하고 본회의장을 퇴장한 다른 의원들과 달리 자리를 지키며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30일 패스트트랙 법안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에서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금 의원만 유일하게 기권하면서, 당 지도부에선 "당론인데도 기권표가 나온 것은 유감"이란 반응이 나왔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금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당 안팎에서는 '괘씸죄 적용'이란 추측이 퍼졌다.
의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대결의 정치'를 해 온 대한민국의 정치환경에서는 당론정치가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양당제라도 이념적 색채가 약하고, 개인주의에 기반해 운영되는 미국 정당과 달리 이념과 그에 따른 정책으로 끊임 없이 부딪혀 온 역사가 오늘날 당론의 입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념정당 위주로 당론이 강하게 작용하는 유럽 국가보다 이념적 색채가 더 크다"며 "당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당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당론을 강조한다고 해서 비민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소속 의원들이 똑같은 이념, 똑같은 지역구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않기 때문에 당론과 충돌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들은 당론정치를 하되, 부작용인 여야의 극한 대립을 막기 위해서는 '운용의 묘'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에서 '동물국회' 또는 '식물국회'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당론을 남발하고 있고, 지도부가 방침을 정하면 (당론이)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정치 문화가 선진화하려면 여야 지도부 모두 가능한 한 당론 안건을 줄이고, 당내에서는 설득과 토론을 통해 당론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쟁점법안마다 당론을 정하기에 앞서 여야의 자발적 협의를 유도할 수 있는 협상의 문화 또는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여당이 21대 국회 개혁과제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일하는 국회'와 맞닿은 부분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당선인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당론을 벗어난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것은 당내 민주주의의 영역이고, 하나의 당론이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관계에서는 합의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심의·상정되는 제도화로 가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타협의 경험이 쌓일 수 밖에 없고, 협상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