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의 꿈]개원 단골숙제 '일하는 국회'…동물·식물국회 모두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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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국회 등 구호만 되풀이…선진화법 개정 목소리
by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김형오 18대 국회의장, 2008년 7월)
"19대 국회는 특권은 없고 헌신과 고뇌만 있는, 일하는 국회상을 만들자."(강창희 19대 국회의장, 2012년 7월)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의정활동으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정세균 20대 국회의장, 2016년 6월)
이른바 '일하는 국회' 논의는 새 국회 개원 때마다 나오는 '단골손님'이자 숙원사업 중 하나다. 18·19·20대 국회의장의 개원사만 봐도 하나같이 일하는 국회를 강조해왔다.
여야가 각각의 정파적인 이해를 떠나 국회에 모여 논의하고 민생을 우선해 협의하고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국회의장들의 목소리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개원 때마다 '일하는 국회' 목소리가 반복됐던 건 그만큼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총론만 '일하는 국회', 각론은 상시국회·세비삭감 반복
'일하는 국회'와 관련된 입법 시도는 이미 있어왔다. 20대 국회에서도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이 마련한 관련 법안 10여건이 발의됐었다. 그러나 모두 국회 운영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처지다.
또 여야는 '식물 국회'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일하는 국회로 '변신'을 위해 개혁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2018년엔 각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매달 2번 이상 개최한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후 이를 충실히 실행한 상임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가 스스로 일하겠다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았던 셈이다.
국회 상임위 등에 출석을 강제하는 방안의 효과가 미미하자 다음 카드는 '세비 삭감'이었다.
이미 국회의원들이 각 상임위, 본회의 불출석을 하나하나 따지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의회에까지 도입하자는 논의도 적지 않게 있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국회 원 구성 지연이나 파행·공전, 국회의원 구속시 세비를 지급하지 않고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한 경우 세비를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일하는 국회 공약도 기존 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정기회가 열리는 9월이 아닌 달의 1일에 의무적으로 임시회를 소집하고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 위원회 등에 불출석하면 단계적으로 세비를 삭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출석일수의 △10% 이상 불출석하면 세비 10% △20~30% 불출석하면 20% △30~40% 불출석땐 30% 삭감하겠다는 구체적인 안도 제시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국회의원의 상임위, 본회의 참석이 필요조건인 만큼, 불출석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를 주는 게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국회도 무노동·무임금 제도를 도입해 일 안한 만큼 국회의원 세비를 깎는 건 벌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당한 사유가 없을 땐 그에 응당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초선 당선인도 "당선 전 일반인으로 국회를 바라봤을 때 싸우더라도 국회에 내에서 논리적인 논쟁이 있어야 협치와 타협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며 "국회의원이 국회 내 회의에 불참하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동물국회 막으려다 식물국회…선진화법 개정 목소리
역대 최저인 법안처리율을 기록한 '식물' 20대 국회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처리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회 선진화법이 오히려 국회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대폭 제한하고 쟁점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를 얻어 처리하는 법안으로 본회의에 올리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19대 국회부터 법이 도입된 이후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국가비상사태 또는 교섭단체 합의만 있을 때로 제한, 한 정당만 반대해도 사실상 본회의에 법안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는 불가능해졌으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국회나 상임위원회 운영이 무력해지는 '식물국회'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다보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는 최장 330일의 기간을 90일 정도로 줄여 좀 더 빠르게 법안 처리를 진행하자는 게 여당의 주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으나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의 반대로 연내 처리가 불발됐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각 교섭단체들이 경쟁보다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교섭단체들이 장외가 아닌 국회에서 토론 등을 통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국회 문 밖으로 나가는 정당이 오히려 손해를 보도록 (개정해야 한다)"며 "국회 운영에 합의하지 않는 정당은 상임위원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서 국회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강하게 반대하는 소수를 배제·고립하는 쪽으로 (진행) 된다면 (제도의) 생명이 길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안은 오히려 갈등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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