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전시 재정 편성 각오…더 과감한 재정 필요"(종합)
by NEWSIS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확장 재정 기조 재확인
"재정, 국민 고통 해결과 경제 회복 마중물 역할 해야"
"충분한 재정 투입으로 경제성장률 견인…선순환 도모"
마무리 발언 총리에게…"예산 편성, 국민 눈높이로 판단해야"
丁 총리 "적재적소 예산 투입, 최대한 효과낼 수 있도록 고민"
[서울=뉴시스] 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향후 국가 재정운용 방향에 관해 "전시(戰時)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기존의 확장 재정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현재의 경제 위기를 '경제 전시 상황'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지금 과감한 재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향후 5년 간 국가 재정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체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국가 재정전략 수립이 주요 의제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담아야 하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앞장 서 역할을 해야한다"며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IMF는 올해와 내년의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가 일본과 독일 경제를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 세계 170개 이상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항공·관광·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고용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 당국이 그동안 건전성에 중점을 두며 확장 재정의 여력을 비축해 온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벌써 전 세계가 너나할 것 없이 재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확장적 재정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어 "이미 발표된 총재정 지원 규모가 세계 GDP의 10%에 해당하는 9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도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중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피해 업종, 기간 산업 등에 총 250조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우리 GDP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재정이 큰 역할을 해줬다"면서도 "하지만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 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위기 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며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담겨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경제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 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디지털 경제 시대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해 복지 제도를 확충하고 공정경제 개혁도 멈추지 않고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정이 당면한 경제 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한다"며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에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관련해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며 "재정 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의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했다.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40%대 유지라는 숫자에 갇혀 재정 지출을 주저한다면 GDP 하락을 막을 수 없고 그 경우 국채를 추가적으로 발행하지 않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 등 확장 재정에 난색을 표하는 입장의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가 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며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서 41% 수준이다.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OECD에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코로나에 대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의 증가폭도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재정여력을 국민 삶을 지키는데 잘 활용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해내가야 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특히 내년 세비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을 감안해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 만큼 부처별로 지출 우선 순위를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펴서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당에서도 활발히 의견을 내 주시고 국회 논의도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발언 순서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전했다.
정 총리는 2021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내년은 정말 중요한 한 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어떻게 최대한 구현할 것인지와 어떻게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2마리 토끼를 잡아야하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의 총액도 중요하지만 총액보다는 내용에 관심을 가져주시라"며 "정성을 들여서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 부처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하며 그러려면 부처의 칸막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지출의 중심이동이 필요하며 각 부처 내부에서 사업 간 경계를 넘어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하고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서 스스로 지출 구조조정을 할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재정은 경제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이 살아나야 세수도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며 민간투자 활성화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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