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안부 운동 문제·개선점 확인한 이용수 할머니 2차 회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시내 호텔에서 두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이 할머니는 2시간 가까운 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피해자들에게 설명도 없이 모금활동을 해왔다며 “왜 모금하는지 모르고 30년을 살았다” “저더러 위안부, 성노예 소리를 해가며 이렇게 팔아가며 무엇을 했느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사리사욕을 채우려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나갔다”면서 불거진 의혹들과 관련해 “죄를 지었으면 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별도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낼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이 아니라” “우리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요컨대 정의연이 주체가 된 현행 운동 방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가 지난 7일 문제를 제기한 후 보름이 넘도록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해 착잡함과 안타까움을 가눌 길 없다.

분명한 것은 정의연 활동 방식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불만이 크며,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운동이 30년간 지속돼왔다는 점이다. 정의연이 피해자 할머니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 할머니의 주장은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만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덜 고려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을 대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사죄를 목적으로 전개된 운동이 피해자들의 불만을 이토록 키워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정의연이 표방해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부실한 회계처리를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위안부 운동 30년의 점검과 성찰, 그에 기반한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다.

이 할머니의 두번째 기자회견과 입장문에 위안부 운동과 정의연 활동의 미래 방향이 오롯이 들어 있다. 위안부 운동이 세계적인 여성 평화운동으로 성장하는 데는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밑거름이 됐다. 위안부 운동이 그간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도 시민들의 참여하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검찰이 윤 당선인의 문제를 밝히는 것과 별개로 위안부 운동의 진로가 공론장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여당도 이 할머니의 절절한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