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아먹었다"
[이용수 할머니 회견]
- 이용수 할머니 "바보같이 당하며 말도 못해… 자다 깨 펑펑 울었다"
"尹, 모금뒤 배고프다 했더니 돈없다 해… 위안부를 만두소 취급
한쪽 눈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 이용해먹고 묘지서 가짜 눈물
의혹은 검찰이 밝힐 일, 尹 벌받아야"… 정의연 "회견 안타까워"
by 조선일보 대구=박원수 기자 대구=이승규 기자 이해인 기자입력 2020.05.26 03:25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도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난 30년간 만두 소처럼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정대협이 피해 할머니들을 내세워 "학생들 돼지(저금통) 털어서 나오는 돈까지 받아" 챙기면서 정작 할머니들을 위해선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바보같이 당하면서 여태까지 말도 못 했나 생각이 들어 자다 일어나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 묘소에서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활동 초기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모금 활동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대협 활동 초기인 1992년 6월 할머니를 모금 활동에 동원한 일화를 소개했다. 할머니는 "정대협이 오라고 해서 교회에 갔는데 그때부터 모금하는 걸 나는 봤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따라다니면서 모금하는데, 농구선수들이 농구를 하는데 기다렸다. 그 농구선수가 돈을 들고 모금을 했다. (정대협이) 그 돈을 받아오더라"고 했다. 또 "그게 당연히 그런가 보다 했는데도 좀 부끄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모금 후 '배가 고픈데 좀 맛있는 거 사다오' 하니까, (정대협 측이) '돈 없습니다'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숨진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사례도 들었다. 이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는 나보다 두 살 위이고 한쪽 눈이 실명인데 (모금과 홍보 등을 위해) 미국 등지로 끌고 다녔다"며 "있을 때 잘해야지 이용해 먹고 (숨진 뒤에) 뻔뻔스럽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그거는 가짜 눈물"이라고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미국 글렌데일에 소녀상을 세울 때 제막식에 참석하고 일본에서도 증언을 이어왔다. 김 할머니는 생전 정의연이 모금으로 마련한 안성 쉼터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안성 쉼터는 할머니들이 아닌 외부 단체가 펜션처럼 활용했다. 이 할머니는 이와 관련, 윤미향 정대협 전 대표에 대해 "사리사욕 때문에 국회의원에 나갔다"면서 "죄(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할머니 줄 세우기
이 할머니는 피해 할머니의 협조 여부에 따라 정대협이 차별적으로 대우했다고 주장했다. 한번은 윤 전 대표를 옹호하는 인사가 "(윤 전 대표에게 협조적인) 김복동 할머니는 존대를 받지 않느냐. 나비기금이라든지 하는 것도 김복동 할머니 이름으로 했다"며 "윤미향 욕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또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로 했는데 윤미향이 '할머니는 정대협 사람 아니어서 못 온다"고 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정대협 측이 피해 할머니가 협조적인지에 따라 지원하는 것에 차별을 두고 아예 외면하기도 했다는 뜻이다.
이 할머니는 "내가 바른말을 하면 전부 감췄다. 정대협(쉼터)이나 나눔의 집에 있는 할머니만 피해자로 도왔다"며 "이것부터가 틀렸다"고 했다. 이어 "(국민은) 전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거기(정대협)에 있는 할머니만 도왔다"고 말했다.
◇피해자 외면한 위안부 운동
이 할머니는 노동 착취에 동원된 정신대와 성 착취 피해자를 일컫는 위안부가 엄연히 다른데도 정대협이 통합해서 썼기 때문에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를 정신대 할머니랑 합해서 이용하며 30년 동안 사죄해라, 배상해라 하는데 일본 사람이 위안부가 뭔지 알아야 사죄할 것 아니냐"고 했다.
정대협 측이 위안부를 '성 노예'로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그 더러운 성 노예 소리를 왜 하느냐"며 "(정대협이) 미국 들으라고 그런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정대협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는 목적을 위해 할머니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용어를 내세워 활동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회견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이어 "19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할 때는 피해의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왔다"고 해명했다. 성 노예 용어에 대해서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적 착취를 받은 피해자를 의미하는 것일 뿐 피해자를 매도하기 위한 용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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