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찬 대표의 거듭되는 선제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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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6 03:22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싹쓸이로 장악해 못 할 게 없게 된 정권이 무슨 피해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명백한 증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까지 뒤집자고 하고, 해묵은 KAL 폭파 음모론도 다시 끄집어내고, 국립묘지에서 '친일파' 묘를 파헤치자고 할 정도로 무소불위인데 누가 이 정권을 음해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내용이 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의 '그림자' 발언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대통령 측근인 민주당 당선자가 과거 노무현 재단 관련 차명 계좌를 운영했고 관련 폭로가 있을 것이란 말들이 나왔다. 일반인들로서는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대표가 무슨 걱정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해 사전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이 대표는 총선 직전에도 "(어디선가) 총선용 정치 공작을 2~3개 정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때도 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야당발 폭로는 있지도 않았다. 정작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 4월 초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총선 전에 알려졌다면 유권자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일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총선 전에 사건을 알고 부산시장의 사퇴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 사건이 폭로될 경우를 대비해서 이 대표가 미리 선제적으로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총선 전 한 비례대표 후보의 재산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에야 사실을 공개하고 그를 제명했다.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일단 덮어둔 것이다. 이 대표가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미리 물타기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선거 때 자신의 '미리 물타기'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뭔가 터지면 우리를 향한 음해'라는 식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음해인지 아닌지는 곧 밝혀지게 돼 있으니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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