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4] '우울성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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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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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구의 주인이 바이러스가 된 듯한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삶이 고되다.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이 어렵다며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이 많았는데, 여기에 만나고 싶은 사람조차 편히 볼 수 없는 비대면(uncontact) 사회마저 중첩되니 내가 살던 지구가 맞나 하는 이방인 같은 느낌마저 든다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니 심리적 허기가 찾아와 필요 이상 과식하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운동 등 즐기던 신체 활동도 줄어드니 체중이 증가하고 결국 건강검진에서 지방간까지 발견되어 우울하다는 걱정 등 코로나발(發)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염증에 걸린 마음'의 저자 볼모어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의 일부는 '염증성 우울증'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긴 염증 때문에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은 이후 몇 주 동안 우울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50%, 우울 장애를 겪을 확률도 20%나 된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심장마비처럼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니 당연히 마음에 우울이 찾아 오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분명히 심리적 스트레스가 일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염증 자체가 우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 정신의학(immuno-psychiatry)은 마음과 뇌, 그리고 면역 기관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분야인데, 염증 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에 영향을 미쳐 신경세포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염증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염증성 우울증을 치료할 새로운 항우울제에 대한 기대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염증이 우울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울이 몸에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인데,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고립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이토카인 같은 염증 생체 지표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울과 염증이 서로 치고받으며 순환 사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의 예처럼 스트레스로 많이 먹어 살이 찌면 늘어난 비만 세포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이 우울감을 일으키고 다시 심리적 허기를 더 키우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마음은 몸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마음 관리는 곧 몸 관리이다. 마음 방역은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의 문제가 생겨 바이러스 방어나 만성 질환, 염증성우울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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