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아도 5분이면 임플란트… "다시 씹는 즐거움 느껴요"
잇몸 대신 뼈에 3.8㎜ 구멍 내
출혈이나 감염 위험 최소화
기존 치료법보다 수술 시간 짧고
일체형 임플란트로 흔들림 없어
by 조선일보 이슬기 메디컬 리포트 기자입력 2020.05.26 03:00 경기 고양에 사는 김연숙(61)씨는 최근 극심한 치통으로 밤마다 잠을 설쳤다. 수년 전 신경 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운 오른쪽 어금니가 문제였다. 감염돼 썩어들어간 어금니를 수시로 콕콕 쑤시는 통증이 괴로웠지만 임플란트는 생각도 못했다.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야 하는 터라 긴 치료 기간과 고통이 부담돼서다. 그러나 '생각보다 간단하고 아프지 않다'는 지인의 권유로 용기를 내 일산 두레치과를 찾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임플란트 치료는 편안하게 받았다. 무절개 시술 덕에 우려하던 통증도 거의 없었다. 두 달여 동안 세 차례 내원하며 발치부터 임플란트 식립, 보철물 장착까지 모두 마쳤다. 김씨는 "걱정 없이 음식을 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치과 치료였던 임플란트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임플란트 종류만 수십 가지로 늘었고, 시술 방법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환자들은 선뜻 치료를 결정하지 못한다.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는 치료 기간과 7~8회 이상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운 치료 방식, 시술 과정에서 겪을 고통과 출혈 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최근에는 출혈과 통증이 거의 없고 간단한 치료만으로 임플란트 식립을 끝낼 수 있는 '무(無)절개 임플란트'가 주목받고 있다.
◇2달 안에 첫 시술부터 최종 보철까지
무절개 임플란트 수술은 잇몸을 절개하지 않고 잇몸 뼈에 작은 구멍을 내 임플란트를 식립한 다음 치아 보철물을 연결하는 치료법이다. 잇몸을 찢은 다음 임플란트를 심고 이를 봉합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 통증과 출혈,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 또한 치료 과정도 크게 단축돼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나 80~90대 고령층도 시술이 가능하다.
황선범 두레치과(경기 고양) 대표원장은 지난 24년간 2만5000여 건이 넘는 임플란트 관련 시술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찾아낸 방법이 바로 '일체형 임플란트'를 이용한 무절개 수술이다. 초창기 임플란트는 인공치근(나사 모양의 뿌리)과 지대주(기둥), 보철물로 구성돼 나사가 풀리거나 보철물이 흔들려 생긴 잇몸 틈새에 염증이 생기는 일이 잦았다. 황 원장은 "일체형 임플란트는 나사 풀림이나 흔들림 등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없다"고 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무절개 수술은 잇몸 뼈에 뚫는 구멍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임플란트를 심을 때는 뼈를 많이 갈아낼수록 출혈이 많고 회복 기간도 길어진다. 기존 절개식 수술에서는 지름 5㎜짜리 임플란트를 식립하기 위해 잇몸 뼈에 지름 4.8㎜ 크기의 구멍을 뚫어야 했다면, 무절개식 수술에서는 3.8㎜짜리 구멍을 내도 같은 크기의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다. 잇몸 뼈가 약한 사람에게도 시술 부담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무절개 임플란트 치료법의 수술 시간은 기존 시술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보통 임플란트 1개 식립을 기준으로 5분 이내에 수술이 끝난다. 발치부터 뼈 이식, 임플란트 식립, 보철물 연결까지 최소 7회 이상 치과를 찾아야 했던 치료 과정도 대폭 줄였다. 처음 컴퓨터단층촬영(CT)부터 최종 보철물까지 병원에 3번만 방문하면 임플란트 치료를 마칠 수 있다. 황 원장은 "발치와 임플란트 식립, 보철물 제작을 거의 동시에 진행해 전체 치료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며 "최종 보철물을 완성하는 기간도 줄여 첫 시술 후 두 달이면 새 임플란트로 음식물을 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무절개 임플란트로 '제2의 삶'을 찾다
무절개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임플란트 수술은 고생스럽고 힘들다'는 선입견과 다르게 간편한 수술로 두세 달 만에 새로운 치아를 얻게 돼서다. 나이가 많아서 혹은 만성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손상된 치아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던 환자들은 두 번째 삶을 선물 받고 '무절개 임플란트 수술 홍보대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남정준(62)씨도 그 중 하나다. 남씨는 격무에 시달리며 오랜 기간 술과 담배를 가까이해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다. 통증이 심할 때만 가까운 치과에서 임시처방을 받아 견디는 바람에 치아 대부분이 상한 상태였다. 게다가 당뇨까지 앓아 임플란트는 꿈도 못 꿨다. 두레치과를 찾은 남씨는 임플란트 9개를 심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현재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남씨는 "무절개 임플란트 치료는 삶의 질(質)을 높여준 소중한 선물"이라며 "활기찬 생활을 되찾으면서 부부 사이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1996년 경기 고양 백석동에 병원을 연 황 원장은 24년째 한 자리에서 치과 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말로 협동 또는 공동체를 뜻하는 '두레'라는 이름에는 상생(相生)의 정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황 원장의 철학이 담겼다. 황 원장은 지난 10년간 순수 문화 예술 공연인 '두레콘서트'를 100회 이상 후원해 수익금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의료봉사단체인 MGU(Members for Global Union)의 일원으로 국내외에서 진료봉사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황 원장은 "지역 사회와 환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작게나마 되갚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의료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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