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돌파구 될까?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550만 명 넘게 감염됐고, 34만 명 넘게 숨지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 매섭습니다. (출처: 월드오미터)
뾰족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이버멕틴(ivermectin)'이란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충제로 알려진 이버멕틴은 어떤 약이길래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죽음의 침대에서 사람 살려"...이버멕틴, 임상 시험서 효과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달 (4월) 초입니다. 호주 모나시 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 물질을 이버멕틴에 노출했더니 이틀 안에 전부 소멸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나섭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브로워드 헬스 메디컬 센터(Broward Health Medical Center)에서 25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임상 시험에서는 사망률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72시간도 안 돼 환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흘 만에 증상이 회복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응급의학 전문의 피터 히버드 박사는 의학전문지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버멕틴이 죽음의 침대에서 사람을 살리고 있다.(This drug is salvaging people from their death bed.)"라고 치료 효과를 낙관하기도 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이버멕틴 투약 캠페인도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남미, 그 가운데서도 볼리비아의 트리니다드(Trininad)에서는 이버멕틴 투약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시 당국에서 집집이 돌며 이버멕틴을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는데요.
이버멕틴이 든 약통을 동네 한가운데 놓고 주민들에게 마시게 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약 35만 개의 약을 나눠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안전성이 확인되지도 않았지만 최근 이 지역에서만 코로나19로 580여 명의 확진자와 4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시 당국이 확산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버멕틴을 투약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서아프리카 집단 실명에 '효과'
이버멕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구충제로 승인했고, 국내에서는 주로 반려동물용 심장 사상충 치료·예방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캠벨과 오무라 사토시가 발견하고 개발한 약품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발견돼 1980년대 동물용으로 상용화됐는데 장내, 체내 기생충뿐 아니라 체외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사람에게 특별히 투약이 허용돼 효과가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서아프리카 지역 강가에 서식하는 흑파리에 의해 전파된 회선 사상충으로, 인구의 40%가 실명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버멕틴이 쓰였고, 덕분에 2002년 서아프리카에서 회선 사상충에 의한 실명은 종료됐습니다.
■미 FDA "이버멕틴, 코로나19 치료제 아냐"...부작용 우려
이버멕틴이 일부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각 나라 보건 당국은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미 FDA는 "이버멕틴이 사람과 동물에게 쓰이는 것이 허용되긴 했지만,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에 쓰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라는 내용의 게시문을 공고하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FDA가 이버멕틴 사용을 조심스러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이버멕틴은 다른 약과 같이 쓰였을 때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위장 관계 부작용뿐 아니라 어지러움과 두통, 간 독성, 백혈구 감소성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