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인도 소녀, 다친 아버지 자전거에 싣고 1200㎞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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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국가봉쇄령’ 속 사랑과 인내 보여준 조티 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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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녀 조티 쿠마리(앞쪽)는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모한 파스완을 뒤에 태운 채 자전거로 1200㎞를 달려 고향에 도착했다. 더뉴인디아익스프레스 캡처

릭샤 몰던 부친 사고에 봉쇄령 겹쳐…굶어죽지 않으려 고향으로
물 한 병만 가지고 출발 10일 대장정…사연 알려지자 온정 ‘밀물’

‘코로나19 봉쇄’ 속에서 인도의 15세 소녀가 다리를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무려 1200㎞를 달려 열흘 만에 고향에 도착했다.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이 소녀를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로 육성하기 위한 인도 사이클연맹의 적극적인 영입 제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인도 뉴델리 외곽 구르가온에 살던 소녀 조티 쿠마리. 25일 힌두스탄타임스와 AP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쿠마리는 전동 릭샤(삼륜택시)를 몰던 아버지가 올 1월 사고로 왼쪽 무릎 골절상을 입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수입이 끊기게 되자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있는 고향 비하르주 다르방가로 돌아가기로 했다. 쿠마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세를 못 내니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 두 번이나 전기를 끊기도 했다. 그대로 있었으면 아버지와 나는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 3월25일 국가 봉쇄령을 발령했다. 필수업종 종사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의 외출이 금지됐다. 열차 및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자 대도시에서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를 비롯한 수많은 저소득층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자 이들이 자녀들과 함께 수백㎞를 걸어 고향집으로 향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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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의 트위터 캡처

쿠마리는 가진 돈 2000루피(약 3만3000원)를 모두 털어 분홍색 중고 자전거를 산 뒤 지난 8일 아버지를 뒷좌석에 태우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작은 짐가방 하나와 물 한 병이 전부였다. 일정을 지속하면서 한 차례 트럭을 얻어 타 짧은 거리를 이동했고, 나머지는 모두 하루에 100㎞ 이상을 달렸다. 곳곳에서 식사와 물을 얻어먹으며 고향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열흘 만인 지난 17일 밤 마침내 고향에 도착했다. 쿠마리의 아버지 모한 파스완은 “어떤 곳에서는 적절한 식사를 대접받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단지 비스킷 정도만 얻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해냈다”며 “내 딸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용기 있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쿠마리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동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다르방가 지방정부는 쿠마리를 현지 학교 9학년에 입학시키고 새로운 자전거와 교복, 신발 등을 선물했다. 쿠마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1년 전 학교를 중퇴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쿠마리의 기사를 링크하면서 “인내와 사랑의 아름다운 업적은 인도 사람들과 사이클연맹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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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인 남성을 태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1200㎞를 완주한 쿠마리의 강인한 체력과 사이클 실력은 ‘국가대표 꿈나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인도 사이클연맹 회장은 “쿠마리는 (사이클 선수를 할)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며 테스트를 위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사이클연맹은 뉴델리로 와 국립 사이클 아카데미 연습생 입단 테스트에 참가하도록 쿠마리에게 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마리는 “학업을 먼저 마치고 싶고, 힘든 여정으로 체력이 약해졌다고 느낀다”고 밝혔지만, 인디언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쿠마리가 아직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