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깜깜한 ‘기업들의 장터’…전시업체 80~90%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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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행사 잇단 연기·취소
“수출·내수 등 조단위 손실” 예측
비정규직 22만명 일자리도 ‘위태’
긴급 대출 등 정부 구제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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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 코로나19 사태로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코엑스 전시장’. 예전 같으면 수만명 인파로 넘쳐났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축구장 16개 크기의 4개 전시장 문이 모두 닫혀 썰렁하기만 했다.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형 전시회가 지난 2월 3건, 3월 9건, 4월 13건, 5월 15건 등 총 40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전시장은 기업들의 장터이자 수출을 위한 마케팅의 장소인데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개점휴업’ 상태”라면서 “언제쯤 텅 빈 전시장에 온기가 감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컨벤션 1위 기업인 ‘인터컴’은 연 매출 270억원을 올리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한 해 평균 30건 이상 국내외 크고 작은 전시·학술대회를 맡았지만 지난 3월부터는 단 한 건의 행사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태영 인터컴 회장은 “올 상반기 행사를 9월 이후로 미루고 있지만 하반기까지 ‘매출 0원’이 계속된다면 컨벤션업체 1000개 중 80~90%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 지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전시·컨벤션 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외 기업·산업 행사는 물론 세계적인 학술대회까지 ‘올스톱’되면서 2월 이후 관련 업체들이 아예 일감을 찾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칫 회의·전시회·컨벤션 등 국내 마이스(MICE) 산업의 생태계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하다. 전시산업진흥회 공식 집계(2018년 기준)를 보면 전시회를 통한 연간 수출 계약액은 3조5525억원으로 매출액은 4조1634억원에 달한다. 한 해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수는 615건(코엑스 200여회)으로 국내 8만3416개사, 해외 1만2038개사 등 총 10만개에 가까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관객수는 국내외 합해 약 747만명이나 된다. 전시업계 관계자는 “전시회는 수출과 내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지난 2~5월 현재까지 피해 규모가 69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조단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시·컨벤션은 호텔, 관광, 항공 분야까지 연결되는 융복합 산업으로 행사마다 참여 업체가 적게는 20~30개, 많게는 50~60개나 된다.

특히 업종 특성상 음향, 조명, 영상 등 장비시스템은 물론 행사 진행·경비요원 등 비정규직이 많아 22만명의 일자리마저 위태롭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몇몇 전시·컨벤션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민제 한국전시주최자협회장은 “전국에서 연간 600개 행사가 열리는데 9월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그때까지 버티려면 업체마다 최소한 5억~10억원의 긴급 자금 대출이 필요하다”면서 “항공업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의 부가세, 법인세 등 한시적 감면과 유예 등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