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 녹색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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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업계 ‘친환경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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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종합화학, 친환경 제품 확대
효성, 온실가스 배출 20.5% 감축
한화솔루션은 ‘탈화학’ 업종 전환
SKC, 플라스틱 재활용 적극 나서

“인류와 환경에 동시에 필요한 산업이 되지 않으면 화학산업은 미래에 생존하기 어렵다.”

지난 20일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구성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화학산업이 미래에도 생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내놓은 말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친환경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에 폐플라스틱 이슈 등 환경문제와 밀접한 화학산업은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으면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SK종합화학은 현재 20% 수준인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고기능성 소재, 재활용을 쉽게 하는 단일포장 소재 등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소재와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주범으로 여겨졌던 대표적 굴뚝산업인 정유·화학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경영을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는 회사가 늘고 있다.

화학섬유, 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효성그룹은 올 초 친환경 경영전략인 ‘그린경영 비전 2030’을 내놓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20.5% 감축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와 배출사업권 관리, 화학물질 규제 대응 등 ‘그린경영’ 업무만 담당하는 그린경영팀도 계열사마다 마련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허세홍 사장 취임 후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가장 존경받는 에너지·화학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친환경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도 2030년까지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그린밸런스 2030’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예 화학에서 탈피해 친환경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신사업으로 주력업종을 전환하는 화학기업도 생겼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지난 1월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회사명에서 ‘화학’을 빼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의 주력사업도 화학에서 태양광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 1분기 태양광 부문 매출은 9057억원으로 케미칼 부문 매출(8304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태양광 사업 호조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159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화학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태에서 거둔 깜짝 실적이다.

바스프 등 글로벌 화학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화학업계에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플라스틱 리사이클링(재활용)에도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SKC는 한국화학연구원, 울산시 등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잘 찢어지거나 늘어지는 일반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약점을 극복한 고강도 바이오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산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7일 ‘화학을 뛰어넘는 뉴 비전’을 선포하고 석유화학부문에서 이산화탄소 저감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폴리에스터(rPET)를 생산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만든 rPET는 롯데그룹 계열사와 글로벌 기업에 공급돼 의류나 신발 소재로 쓰이고, 수명이 다한 옷과 신발은 rPET 원료로 재활용하는 순환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되는 등 환경가치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정유화학사들의 친환경 경영 행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