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계좌 수수료 무료’ 광고하며 거래소·예탁결제원 수수료 받은 증권사 ‘위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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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수백억원 부당이득 책임 물어야”
금감원 “관행의 문제, 위법 단정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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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과거 비대면 계좌 개설 광고에서 고객에게 주식거래 수수료가 ‘무료’라고 안내했지만 사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거래수수료와 청산결제수수료를 고객에게 물려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점검을 벌인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24일 이 같은 증권사 광고 관행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증권사들이 챙긴 이득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매기는 등 환수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감독당국이 더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거래액수에 비례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거래·결제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

거래소 회원관리규정에 따르면 일일거래대금의 약 0.0022%를 거래수수료로, 0.0004%를 청산결제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를 보통 ‘유관기관제비용’이라고 한다. 거래 고객에게 이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은 규정에 있지 않다.

과거 증권사가 고객에게 거래수수료를 받고 이 중 일부를 유관기관제비용으로 냈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증권사가 비대면 주식계좌를 개설할 경우 ‘수수료가 무료’라고 광고를 하면서 문제가 됐다.

증권사들은 광고와 달리 가입 고객들에게 유관기관제비용을 소정의 수수료처럼 받았다. 이 같은 행태는 자본시장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법 178조 1항 2호는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표시를 누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주식거래에서 중요한 정보인 수수료에 대해 증권사가 오해의 소지를 남겼으므로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소비자가 낸 돈은 소액이더라도 증권사들이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수백억원의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관행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위법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유관기관제비용을 고객에게 부담 지우면 안 된다고 명시되지 않았다. 공정위와도 협의한 끝에 과거 사항을 제재하기보다 향후 광고 내용을 제한하는 식으로 규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최근 성명에서 “증권사들은 수년 전부터 수수료 이벤트를 벌여 부당이득을 챙겼으나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유관기관제비용이 법으로 정해진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으나 증권사의 관행에는 문제의 여지가 있다. 금감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 측에 ‘해당 문제를 점검한 과정도 감사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