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 “배에 왕자 처음 생겨…50위 목표”
"옷을 벗고 다녀도 될 정도로 몸이 좋습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23·CJ 후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일정이 중단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순우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에 왕(王)자가 없었는데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훈련하면서 생겼다"며 "옷을 벗고 다녀도 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2월 ATP 투어 대회에서 4주 연속 단식 8강까지 진출하는 쾌조의 상승세를 보이던 권순우는 3월 초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투어 대회 일정이 중단되면서 '강제 휴식'에 들어가야 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를 묻는 말에 "너무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것인지 몰라도 투어가 다시 시작하면 타이틀 하나 정도는 딸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라며 "제가 그동안 부족했던 체력과 근력 훈련을 열심히 하며 자신감도 올라왔다"고 답했다.
지난해까지 몸무게가 70㎏ 안팎이었다는 권순우는 현재 75㎏ 안팎으로 체중을 늘렸다.
지난해 80위권이던 순위는 올해 자신의 최고 랭킹 69위까지 찍었고 현재는 70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 그에게 "(대회가 열리지 않는 바람에) 라켓이 울고 있겠다"고 말하자 권순우는 웃으며 "저도 같이 울고 있습니다"라고 답해 인터뷰실에 폭소가 터질 정도였다.
그는 "일단 6월 제주도 전지훈련을 하고 7월에는 미국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ATP 투어로부터 8월 첫 주 대회부터 재개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아 그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앞으로 일정을 설명했다.
최근 자전거를 타고 한강 변을 달리는 취미를 만들었다는 그는 "이렇게 오래 경기를 하지 않은 것이 처음인데 그동안 5세트 경기에서 많이 부족했던 체력과 근력을 중점적으로 보완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에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오르는 상승세를 보인 그는 "올해 경기는 아쉬움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며 "이번 시즌에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드는 것을 새 목표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출전은 2021년으로 대회가 미뤄진 만큼 내년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권순우는 올해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밀로시 라오니치(30위·캐나다)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과 겨뤄볼 기회도 있었다.
나달에게는 멕시코오픈 8강에서 만나 0-2(2-6 1-6)로 졌고, 2016년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던 라오니치는 뉴욕오픈 2회전에서 2-1(7-6 6-7 6-4) 승리를 거뒀다.
권순우는 "나달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고, 라오니치에 대해서는 "에이스 36개를 얻어맞을 정도로 알고도 받기 힘든 서브였다"고 돌아봤다.
또 나달처럼 경기 중에 하의를 자꾸 만지는 버릇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자꾸 팬티가 끼어서 불편해지다 보니 빼고 하려고…"라고 쑥스러워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저는 어릴 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며 "그저 운동이 좋아서 한 경우인데 지금 어린 선수들도 재미있고 즐겁게 어느 정도 목표를 갖고 하다 보면 나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투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 수업도 따로 받고 있다는 그는 "메이저 우승이나 10위 내 진입 같은 큰 목표보다 일단 100위 안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또 인성과 매너도 좋은 선수로 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