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정신대 다르다…왜 모금하는지 몰랐다…운동 축소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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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방식 변화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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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부근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중계되는 모습을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재차 지적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 활동에 대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근로정신대’와 성착취를 당한 ‘위안부’의 피해가 달랐음에도 이를 한데 묶어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성노예’ 등 피해자 일부가 반대한 용어 사용의 부적절함도 지적했다.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후원금 횡령·배임 의혹은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대구 만촌동의 한 호텔에서 정의연 회계 의혹 등에 대한 두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추가 폭로보다는 지난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하며 느낀 소회와 윤 당선인에 대한 불만 토로에 집중했다. 정의연은 이날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며 이 할머니 발언에 대한 반박성 설명자료를 냈다.

■ 피해자와 괴리된 운동 방식

성노예 용어 싫어…정신대 문제와 섞여 위안부 배상 해결 부진 아쉬움

이 할머니는 정대협의 운동 방식에 대해 첫 회견 때보다 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장에 갔다온 할머니들은 정신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위안부와 다르다”며 “공장 갔다온 할머니는 밀가루 반죽으로 빚어놓고, 속에는 팥(같은), 귀한 걸 넣어야 하니까, 속은 위안부(로 채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하지 왜 위안부를 이용했나.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루면서 다른 동원체제로 작동했던 정신대 문제 해결을 명칭에 표방하는 바람에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개념과 본질을 흐리고, 운동단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왔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다만 정대협은 활동 초기부터 정신대가 아닌 위안부 피해자 발굴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 정의연은 “1990년대 초 활동 시작 때 (위안부) 피해 실상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정의연 내에 정신대를 지원하는 조직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 활동 과정에서 운동단체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배척이 일어난 점도 재차 지적했다. 그는 “제가 왜 성노예입니까. ‘그 더러운 성노예 소리를 왜 하느냐’ 그러니까 (윤 당선인이) ‘미국에 들으라고. 미국 사람들이 겁내라고 했다’고 했다”며 “이렇게 (위안부 피해자를) 팔아가면서 뭘 했나”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과 많은 활동을 해왔던 고 김복동 할머니와 현재 정의연 마포 쉼터에서 살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93)를 제외한 지방 거주 피해자에게 정의연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서운함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미국에 간다고 모금을 600만원 했다. 나는 정대협 사람이 아니라고 못 가게 했다”고 말했다.

■ 회계 문제는 검찰 수사로

교회·농구 경기장에서 모금 부끄러웠다…윤, 배고프다고 하니 돈 없다고 해

운동단체의 모금 활동에 대한 비판도 추가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25일 위안부 피해 신고를 하고 29일 정대협 모임차 교회에 갔는데, 일본 선생님이 퇴직금을 (후원금으로) 내놨다. 이걸 (피해자에게) 100만원씩 나눠주더라. 이때부터 모금하는 것을 봤다”며 “왜 모금하는지 그것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농구선수들이 돈을 모금해서 받아오는 것을 봤는데, 당시 이게 좀 부끄러웠다”며 “행사가 끝나고 배가 고프니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는데 (윤 당선인이) ‘돈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의연이 모은 돈 일부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홍보 활동과 교육 사업에 사용됐다. 국내외 비정부기구도 이 같은 방식으로 활동한다. 다만 정대협이 1990년대 초반부터 모금활동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최근 정대협이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부해 진행한 안성 쉼터의 매입과 매도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일기도 했다. 정의연도 그간 다수의 후원금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 등에게 불거진 의혹에 대해 “(첫 회견 이후) 너무도 많이 생각지 못한 것이 나왔다. 이것은 검찰에서 (수사)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회계 의혹 등은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 미래지향적 한·일 역사교육연대

투쟁 끝내는 것 아냐…오래 걸려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한·일 학생들

이 할머니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위안부 운동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데모(운동)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위안부 투쟁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다. 일본 학생들이 사죄와 배상이 왜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일본 학생에게 위안부 문제를 물으면) 한국이 거짓말만 한다고 나온다. 시일이 오래 걸려도 한·일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며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배포한 입장문에서 ‘시민 주도·30년 투쟁의 성과 계승·과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3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대안 행동을 만들어낼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교류 방안, 양국 국민들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며 “한·일 청소년들을 위한 ‘평화인권교육관’ 건립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