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달라지는 일상](15)테니스·골프·축구…매너·전통보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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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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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당분간 복식 중단
골프, 마스크 쓴 채 경기
축구, 나홀로 골 세리머니

지난 5월 초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비공식 테니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워밍업을 시작했다. ‘신사의 스포츠’라 부를 만큼 매너를 중시하는 테니스지만 선수들은 경기 전후로 악수를 생략하는 생소한 풍경을 연출했다. 어쩌면 실제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보게 될 테니스 대회 풍경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앞에서 ‘전통’으로 표현되던 스포츠의 틀도 하나씩 깨지고 있다. 수십년에 거쳐 바뀔 만한 변화가 여러 종목에서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미국테니스협회(USTA)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표한 ‘테니스 안전 가이드라인’에는 거리 유지 외에 공이나 라켓 등을 잡은 손으로 눈과 코 등 얼굴 부위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복식경기는 당분간 열리기 어렵다. 또 라파엘 나달(스페인)처럼 서브를 넣기 전 얼굴과 엉덩이를 습관적으로 만지는 선수라면 루틴까지 바꿔야 한다.

지난 14일 투어를 재개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KLPGA 챔피언십에 참가한 세계 랭킹 3위 박성현도 혼자 식사하는 것에 적응해야 했다. 보통 캐디와 식사하던 박성현이지만 선수 라운지 내에도 강력한 ‘(물리적)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1인 식탁이 마련됐다. 박성현은 “혼자 앉아서 앞만 보고 밥을 먹자니 어색했다. 여러 가지로 새로운 게 많다”고 말했다.

거친 움직임이 적은 골프에서는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들도 꽤 됐다. 보통 경기가 끝나면 가벼운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여자 선수들이지만 당분간은 주먹만 살짝 부딪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고무래나 깃대 등을 맨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한 것도 ‘코로나19 시대’의 새 풍경이다.

선수들 간 몸싸움이 불가피한 축구는 인플레이 상황 외에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축구의 꽃’이라 하는 골 세리머니도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재개한 K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외로운 골 세리머니가 자주 연출된다. 주변 동료들은 아예 다가오지 않거나 서로 팔꿈치를 대는 정도로 축하를 대신한다. 경기 뒤 유니폼을 주고받는 선수나, 악수를 주고받는 감독 간 예의도 한동안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인 매너는 이제 더 이상 호의가 아닐 수 있다. 지난 10일 K리그2 부천 FC-충남 아산전에서는 넘어진 바이아노(부천)가 ‘일으켜 달라’는 제스처로 손을 내밀자 주심 최광호 심판이 웃으면서도 손을 뻗지 않았는데, ‘거리 두기’를 지킨 장면으로 칭찬받으며 외신에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