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주요 상임위장…여전한 ‘유리천장’
by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민주당 김상희,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 부의장에 공식 확정
여성 당선인 숫자 적어 상임위장 배정 밀려…제도 보완 절실
더불어민주당이 25일 21대 국회 부의장에 4선 김상희 의원(66)을 선출하며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의장 탄생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첫 여성 국회 부의장이라는 새 역사를 썼지만 국회 내 ‘유리 천장’은 다른 분야에 견줘 두껍고 높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주요 영역마다 남성 정치인들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21대 총선 당선인 총회를 열고 여당 몫 국회 부의장 후보로 김상희 의원을 선출했다. 김 의원은 부의장 후보로 단수 입후보해 별도의 표결 없이 추대됐다.
김 의원은 “나를 최초의 여성 부의장 후보로 결정한 민주당은 73년 헌정사에 큰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우리 정치 영역에 강고하게 드리워진 유리 천장을 깨는 데 모두 함께해주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여성 부의장 임명을 계기로 정치의 ‘유리 천장’을 깨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회의장 등 국회 지도부는 남성 독점체제나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 국회의원들의 연합체인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연맹 소속 국회의장 278명 중 여성 의장은 57명으로 전체의 20.5%였다. 연맹 내에서는 5개국 중 1개국꼴로 여성 의장이 나왔지만, 한국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남성 정치인들이 대다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18개 상임위 중 행안위와 정보위, 여가위 등 3개 위원회(약 17%)만 여성 위원장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21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여당 몫 위원장의 30%는 여성에게 배정해달라”고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여성 재선 의원이 2명밖에 없어 여성 위원장이나 간사 배정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여성의 정계 진출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은 여성 정치인들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근본 이유로 지목된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은 총 57명으로 전체 당선인의 19%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반은 여성임에도 21대 의원 5명 중 1명만 여성인 셈이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성평등 공천’을 한목소리로 강조했지만, 지역구의 여성 공천 비율을 따져보면 여야 모두 10% 초반에 그쳤다. ‘지역구 30% 여성 후보 공천’을 규정한 여성할당제가 이번에도 유명무실했음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