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눈물, 기침…떨리는 목소리로 1시간을 쏟아낸 이용수 할머니

by

국내외 취재진 200여명 몰리자 회견 장소 2차례 변경
“추측 보도로 위안부 피해자 욕보이지 말기를” 당부도

http://img.khan.co.kr/news/2020/05/25/l_2020052601002936300228721.jpg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취재진이 몰린 대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가 피해 할머니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대구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92)는 25일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보다 37분 늦은 시각이었다. 이날 국내외 취재진과 유튜버 등 200여명이 몰리면서 당초 기자회견 장소가 2차례나 변경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는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의 대부분 시간 동안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또렷한 음성으로 전달했다.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난 7일 1차 기자회견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2시37분쯤, 이 할머니가 회견장에 들어서자 침묵이 흐르던 장내에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등 술렁이기 시작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단상에 오른 이 할머니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와 수백명의 취재진을 번갈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할머니의 건강을 우려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회견 시작 전에 약을 전하기도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이 할머니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흔들어 보이며 취재진에게 참고해 줄 것을 부탁하며 입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활동상을 지적하며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감정에 북받친 듯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회견 도중 이 할머니가 기침을 여러 차례 하면서 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시절) 군인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고 맞으면서 ‘엄마’라고 크게 불렀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린다”면서 “정대협이라면 이러한 부분을 밝혀줘야 안 되나. 할머니 어디 다녀왔느냐 등을 물어줘야 하는데, 한번도 증언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 측이 자신에게 질문한 내용을 적고 책으로 엮어 판매하는 등 모금 운동을 수차례 했지만 돈의 정체와 행방은 알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세계의 여성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올바로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쳐서 천년이 가고 만년이 가도 반드시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향신문 등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과 보도 방향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19일 윤 당선인과의 만남에 대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어느 날 저녁, 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 열어 주니 윤씨가 들어와서 깜짝 놀라 넘어갈 뻔했다”면서 “(윤 당선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해달라고 말했는데, 뭘 가져와야 용서를 하지요”라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한 번 안아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게 마지막이다 싶어서 안아줬다”면서 “나도 인간이다 보니 눈물이 왈칵 나서 울었는데, 이걸 가지고 용서했다고 보도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달라. 없는 말을 추측해서 하는 건 우리(위안부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본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할머니가 평소 갖고 계셨던 생각을 말씀하신 자리”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호텔을 나설 때 일부 유튜버와 할머니 측 지지자 간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할머니 측은 당초 지난 7일 1차 기자회견을 열었던 남구 한 찻집에서 2차 회견을 예고했지만, 취재진이 대거 몰리면서 코로나19 확산 등을 우려해 장소를 바꿨다. 고령의 이 할머니를 고려해 취재진의 질문 역시 추첨을 통해 5개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