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책임론·홍콩 문제…미·중 갈등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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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 참석한 시진핑·리커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 총리(오른쪽), 왕양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 |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양상이다. 미·중관계가 협력보다는 경쟁이 부각되는 ‘제로섬’ 구조로 변모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양국은 거칠게 부딪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연일 쟁점화하고 있고, 중국은 “정치 바이러스가 중국을 모독하고 있다”고 맞선다.

또 중국 정부가 지난 22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면서 양국 갈등은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기자회견에서 “신냉전”을 공식 언급했을 정도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그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한 은폐는 체르노빌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소련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은폐·축소에 급급했던 것처럼 중국도 코로나 정보를 숨겼다는 것이다. 홍콩보안법 추진을 두고는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남을 수 있을지 알기 힘들다”고 했다.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반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정부가 어떤 법을 언제, 어떻게 만들든지 이는 완전히 중국 주권 범위 안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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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규정
민주당도 중국 견제 입장 공유
미 대중정책 전환 가능성 없어

미·중이 불편한 관계로 접어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이 신장된 국력을 외부로 투사하기 시작하던 2000년대 후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시아 회귀’ 정책을 내세웠다. 유럽·중동에 쏠려 있던 외교·군사적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중국이 흔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 등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대국굴기’ ‘중국몽’ 등을 내세우며 중국이 세계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면서 미·중 패권 다툼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집권 이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워 선명하게 중국을 견제했다. 백악관이 21일 공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중국의 패권 추구를 강력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반중·독립 성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가면서도 완급을 조절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관계를 단번에 끊을 수 없는 데다, 국제적으로 중국에 맞서는 블록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도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한숨을 돌린 상태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중국에 비판적이다.

중국도 강경하게 맞섰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책임론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은폐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등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의회를 건너뛰고 직접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깨는 것이다.

홍콩보안법도 관계 악화 일조
중 위안화 절하, 환율전쟁 조짐

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는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넘긴 것이다. 지난해 8월 무역전쟁 때 위안화 환율이 급등해 ‘포치’가 이뤄지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면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위안화 전격 절하를 두고,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을 비판하는 미국에 맞서 ‘환율전쟁’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정치적·구조적 상황들을 종합하면 미·중 갈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를 주요 대선 전략으로 삼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만큼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는 미·중 갈등이 잠시 잦아들 수는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중국의 야심을 견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떨어져도 중국에 대한 미국 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다.

중국도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인다. 왕이 외교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충돌과 대항 대신 상호존중과 ‘윈윈’의 정신으로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면서도 “중국은 주권과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