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감염’ 고리 끊기 총력…마스크 안 쓰면 버스·택시 못 탄다
by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5·6차 감염 벌써 8명…불안 확산에 생활방역 강화 나서
승객 제재 규정 없어 ‘승차 거부’ 행정처분 한시적 면제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이 여러 연결고리를 타고 5·6차 전파로 이어진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교회·미술학원 등에서 감염원이 파악되지 않는 소규모 감염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n차 감염을 차단하려면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원에 노출되면 접촉자 조사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져 (전파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n차 감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 26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대중교통 탑승을 제한하는 등 생활방역의 고삐를 조이기로 했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누적 확진자는 237명이다. 이태원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람(96명)보다 방문자의 가족·지인·동료 등 접촉자(141명)가 더 많다. 이 중 5차 전파 사례가 7명, 6차 전파 사례가 1명으로 조사됐다.
클럽 방문자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은 노래방, 학원, 돌잔치 등을 매개로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5차 전파의 경우 대부분 경기도 부천 뷔페식당인 ‘라온파티’에서 열린 돌잔치와 서울시 성수동 오리요리 전문점 ‘일루오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현재 6차까지 발생해 지역전파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확진자가 발견됐을 시점 이전에 이미 학원이나 노래방 같은 곳이 (감염원에) 노출돼 있던 상황”이라며 “무증상 전파와 높은 전염력을 보이는 코로나19의 특성 탓에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좀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연결고리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소규모 감염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서구의 한 미술학원에서는 강사와 6세 유치원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양천구의 은혜감리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경북 구미의 엘림교회 관련 확진자도 교회가 위치한 새마을중앙시장 상인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총 8명으로 늘었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계속되자 방역당국은 고위험시설 관리와 함께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탑승을 제한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버스나 택시 등 운송사업자와 운수 종사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승객 탑승 거부 시 운송사업자에게 부과하던 기존의 사업정지나 과태료와 같은 행정처분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철도·도시철도의 경우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승차 제한을 허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유권 해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운수 종사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제한하도록 함으로써 마스크 미착용 문제를 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코로나 어린이 괴질) 발병 현황에 대한 감시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38도 이상의 발열 상태가 24시간 이상 지속하고 혈액 검사 결과 염증 증상이 확인되거나 두 개 이상의 다기관 장기 침범이 확인돼 입원해야 하는 중증 상태일 때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의료기관에 의심 사례가 있으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권고했다.
임상시험 결과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투약 효과가 입증됐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발표에 대해 정 본부장은 “렘데시비르가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사망률 수치를 낮춘 것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을 추진할 것인지 중앙임상위원회에 의견을 구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