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든 박근혜·MB 사면론 …여당 “반성도 않는데” 불가론
by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문희상 발언 이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거들자 민감 반응
새 국회 개원 앞두고 이슈 분출 차단…지지층에 메시지 성격도
공은 문 대통령에…‘현시점엔 불가’ 무게 속 가능성 배제 못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을 댕긴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두고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민 통합’을 이유로 문 의장의 사면론을 키우자, 여권에서는 “반성 없이 사면 없다”고 반박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4·15 총선 국면에선 주로 야권이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번엔 여권 핵심 인사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사면 가능성부터 여야 입장에 담긴 의미 등에 무게감이 실리는 배경이다.
사면 논란은 문 의장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는 지난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행사 참석 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비극’이 끝나야 한다”며 “두 분 대통령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 통합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통합당에선 총선 등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국면마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사면 요구가 나오곤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달래는 한편 여권도 술렁이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5·18 묘소 참배, 봉하마을 방문 등 중도 행보에 따른 당내 불만을 겨냥해 주 원내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일제히 ‘사면 절대 불가’를 외쳤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박 전 대통령 중) 한 분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재판이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분들을 사면하는 게 어떻게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겠는가”라고 말했다. 5선인 안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반성 없는 사면은 더욱 안 된다. 뜬금없는 사면 논란을 지피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촉발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동안 ‘태극기 세력의 허황된 주장’ 정도로만 여겼던 사면론을 여권 인사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감한 이슈가 분출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당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성격도 있다. 야당 원내대표가 공공연히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하는 데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진보 성향 지지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지 않아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현실적 요인도 사면론에 부정적인 까닭이다.
사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문 대통령 입장을 볼 때 현시점에서 사면은 불가능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은 통합 차원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서 용서하느냐, 이런 차원의 접근은 절대 안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구축된 여대야소 체제와 문재인 정부의 ‘총선 이후 국민 통합’ 기조를 고려하면 사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