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경제 살릴 치료제”…정부, 내년까지 나랏돈 더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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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충분한 재정 투입 땐 재정건전성 회복”
금리 인하 효과 한계…내년 나라살림 550조원 넘을 듯
전문가들 “생산성 제고·취약층 돕는 데 지출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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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 눈 모은 당·정·청…문 대통령 “좀 더 길게 봐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정·청이 25일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경제 전시상황’을 맞아 국가재정을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과감하게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넉넉한 재정여력을 바탕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이를 통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며 재정건전성 문제도 해소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 전략적으로 재정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확장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4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합해 550조원을 넘을 나라살림은 내년 9%대의 총지출증가율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7.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으로 급증하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지만, 정부는 경제 구하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경제위기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멈춰선 민간경제에 정부지출이라는 ‘심폐소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단기적으로는 적자 부담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도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을 싣는다. 연 0.7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통화정책으로는 소상공인 등 위기에 놓인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 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금리 인하보다는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집중 지원이 가능한 재정지출이 현 상황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제위기에서도 적극적인 재정지출은 위기탈출의 발판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부양에 성공한 반면, 긴축재정에 돌입한 유럽 국가들은 경기반등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한국도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추경 편성을 발판으로 이듬해 6.8% 성장할 수 있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2009년 43조2000억원에서 2010년 13조원으로 크게 감소하며 재정건전성도 회복됐다.

현재 재정 확대에 나선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은 재정여력이 큰 편이다. 3차 추경을 포함해도 40%대 중반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8년 기준 109.2%)보다 낮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평균(2019년 기준 84%)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는 “인적자본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저소득층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돕는 데 지출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라지거나 떠오를 산업을 구분해 재정을 지원하는 식의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며 “사라질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