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여론에도…또 비켜간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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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 건의 안 해…전문가 “올 중장기 논의 마지막 기회”
3차 추경·막대한 재원 사회정책 줄줄이 앞두고 ‘무책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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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

‘재정확장’ 깃발을 높이 든 문재인 정부의 네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증세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막대한 재원이 장기적으로 소요될 사회정책인 전 국민 고용보험 등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증세에 대해 함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재정의 역할과 중점 투자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세금을 거둘지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 방향을 발표하면서도 ‘증세’는 건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과 8월 내놓을 ‘2020~2024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2020~2065년 장기재정전망’ 등 중장기 재정 밑그림에도 증세 논의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이 내는 조세와 사회부담률의 비율을 의미하는 국민부담률은 현 정부 들어 줄곧 상승했지만 지난해 기준 27.4%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2%)보다 낮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핀셋 증세’ 원칙을 내세워 2017년 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증세한 데 이어 2018년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추진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세수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왔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재정건전성이 큰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증세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2030년 이후 급속한 고령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지출소요도 늘어나는 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올해가 증세 논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올해 세법 개정안에 중장기적 증세의 틀이 담겨야 2~3년 후 실제 증세로 이어진다. 내년으로 미루다가는 대선을 앞두고 기회를 놓치게 되며, 그 이후는 국가부채 비율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증세에 저항하는 여론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지난 20일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사회개혁은 ‘재정건전성’을 앞세운 관료들의 벽에 부딪힌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장애인 부양의무제 폐지, 사회서비스원 설립, 치매 국가책임제 등에 대해 기재부는 중장기적 증세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지속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예산을 과감히 늘릴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 황 교수는 “올해도 증세 논의가 없으면 현 정부는 재정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