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나지완, KIA 초반 불꽃 제대로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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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4번 나지완. 인천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나지완(35)은 한 번 더 KIA에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여느 해보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고민거리였던 장타 갈증까지 완벽히 해소하며 ‘중심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을뿐더러,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한 방까지 쳐주는 집중력까지 장착했다. 지난해 56경기 타율 0.186으로 심각했던 부진을 생각하면 분명한 호재다.

기대하는 바가 컸기에 실망도 컸던 나날들이었다. 시계를 2009년으로 돌려보자. 프로 2년 차였던 나지완은 그해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역대 최초의 끝내기 홈런으로 KIA에 우승컵을 안겼다. 화려하게 출발한 나지완은 2009년부터 6년 동안 매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2016시즌부터도 3연속시즌 20홈런 이상을 쳐낸 거포였다. 우승 반지도 두 개나 꼈다. 지난해 부진은 그래서 더 뼈아팠다. 활약이 꾸준했고, KIA에 꼭 필요한 홈런 타자였기에 성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감당해야 할 쓴소리가 배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어느덧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나지완은 올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겨우내 체중을 감량하며 스윙에 정교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고, 언론과 매스컴에 노출되는 일도 최대한 줄였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아직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기에 판단은 시기상조이지만, 지난해보다 좋은 페이스인 것은 분명하다. 25일 기준 타율 0.333(20안타 14타점) 홈런도 세 개나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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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4번 나지완. 인천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세부 내용을 보면 더 의미가 있다. 지난 19일 롯데전에서 기록한 시즌 3호 홈런은 나지완의 통산 207호 홈런이자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 홈런 타이기록이다. 지난 1982년부터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김성한의 역사적인 기록에 13년 차 나지완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결승타를 시작으로 KIA도 5연승을 달리며 25일 기준 리그 공동 4위로 훌쩍 뛰었다. 탄탄한 투수진에 타선까지 터져주니, 성적이 오르는 건 당연했다.

24일에도 나지완의 끈질긴 승부 근성이 빛을 발했다. 2-3으로 패색이 짙었던 9회초 2사 2루 상황 타석에 선 나지완은 SK 마무리 하재훈을 상대로 치열한 승부를 했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번이나 커트를 시도한 끝에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쳐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2루 베이스를 밟은 뒤에는 마치 승리한 듯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12회 말 아쉽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3-4로 패했지만, 힘없이 무너지진 않았다.

2020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KIA와 나지완을 향한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지난해 부진에 대한 책임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지완은 그 무게를 견디고 오로지 실력 하나로 부활을 예고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반가운 반등이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