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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위기 극복과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의 역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 전략을 논의하고, 2020~2024년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열렸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설] “전시 재정” 뒷받침할 ‘세수 확대’ 공론화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확장 재정’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국민의 고통과 미래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기업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 전세계 국가들은 재정 여력을 거의 총동원하다시피 정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의 재정 여건은 다른 주요국에 견줘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고려한 국가채무 비율은 41% 수준이며, 3차 추경을 고려해도 40%대 중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견줘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코로나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재정 여건에 기대어 중장기적인 재정 확충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당장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0조원 안팎의 3차 추경 재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와 한국판 뉴딜 등 경제 활성화 대책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비한 재정의 자연 증가세는 점점 가팔라지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의 선순환”을 언급했지만, 단기적인 예산 구조조정만으로 코로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족한 재정을 모두 국가채무에 의존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는 관료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늘리기 위한 노력 또한 불가피한 일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이 느끼는 ‘재정의 효능감’이 매우 높아진 터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고 증세를 포함해 신중하고 적극적인 세수 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