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재외국민과 이주민’ 인식 전환을 / 김현태

김현태 ㅣ 일본 코리아NGO센터 활동가

지난달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66%에 이르는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앞서 진행된 재외선거 투표(4월1~6일)에 재외선거인 17만1959명 중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몇몇 재외공관의 선거사무를 중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독일 교민을 중심으로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 릴레이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재외선거 유권자로서, 헌법 제24조에 명시된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선관위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외국민 투표를 중단해 여기에 들어가는 300억원의 재원을 위기극복수당의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무시한 고양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서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한국에는 이미 2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다른 국적을 가진 해외동포나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경위를 가진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쳤다고 해서 갑자기 그들을 구분하고 또 차별한다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 정책이나 소수자에 대한 인권정책 등과도 배치됩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7년 제정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의 이념에도 어긋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씩 ‘특별정액급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재난지원금은 “4월27일을 기준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에 저와 같은 외국인도 3개월 이상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6월 말까지 이주민과 난민에게 임시로 시민권의 지위를 부여한 포르투갈의 사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동포와 재외국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 사회에 이미 다수 존재하는 이주자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어떤 사회를 만들지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 190여개국에 거주 중인 약 750만명의 재외동포 역시 낯선 땅에서 이주민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속된 코리아엔지오(NGO)센터에서는 2012년과 2017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와 정당에 ‘재외동포정책요망서’를 제출했고, 통합적 재외동포 정책 추진을 위한 전문 부처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새 국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재외선거 일부 중지 사태를 계기로, 우편투표나 전자투표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재외선거 관련 법률 개정 또한 진전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