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김종인 “통합당은 ‘대통령 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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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5 18:06

제1야당인 통합당을 이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주 공식 출범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주말 통합당의 당선자 연찬회가 내린 결정을 받아들였고, 이번 주 수요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거치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정식으로 모양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주 공석과 사석에서 밝혔던 여러 발언들을 중심으로 그가 앞으로 통합당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를 미리 분석해보겠다. 김 위원장은 한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합당은 체질적으로 ‘대통령 당’이다. 현직 대통령이 소속돼 있거나, 혹은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있을 때는 잘 굴러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리멸렬해지곤 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나라에 헌법이나 법률이 있다면, 정당에는 강령, 당헌, 당규가 있는데, 비대위가 이런 것부터 대대적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경제와 복지 방면에서 여권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는 일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통합당을 추스르는 일이 국민적 여망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강력한 대통령 후보감을 물색해서 찾아내고, 그를 조련해서 키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물론 우선 당장은 비대위 구성안과 임기 조정안, 두 가지를 처리해야 한다. 첫째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을 어떤 인물들로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비대위 구성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 김종인 비대위가 나아갈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비대 위원장 임기 조정안이다. 통합당은 총선 전에 이언주 의원과 당을 합치면서 부칙에 비대위원장의 임기를 오는 8월말까지로 정해 놓았다. 이제 상임전국위가 이것을 고쳐서 내년 4월까지로 김종인 위원장의 임기를 사실상 1년 동안 보장한다는 것이다. 내년 4월이면 재보선 선거가 있는 시점이다. 현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 재보선 범위는 두고 봐야 한다. 광역단체장 재보선은 현재 오거돈 시장이 물러난 부산시장 자리가 공석이다. 그리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내년 4월 광역단체장 재보선은 ‘부산시장 + α’가 될 것 같다. 외형적으로 보면 김종인 위원장은 내년 재보선의 통합당 후보를 공천하는 권한과 책임까지만 맡게 될 것처럼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빨리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뜻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마음 깊숙이 새기고 있는 ‘실력’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그것은 ‘박근혜 정부’ 때 마음먹었던 김종인 버전의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제안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령 기본소득제, 혹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그리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경제 부흥책 같은 것, 이런 것에 대해 독일 경제학 박사인 김종인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차원 높은 정책을 내놓겠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숙이 새기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의 진짜 실력은 ‘강력한 대통령 후보’ 만들기다. 김종인 위원장은 "아직은 대통령 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사람들의 천거를 유도해내려는 화술로 보인다. 공사석에서 함께 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떠올려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때로 김종인 위원장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어떠냐, 저 사람은 어떠냐", 하고 의중을 떠보기도 한다. 이미 김종인 위원장은 "40대 경제 전문가를 대권 주자로 키우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마치 유능한 프로복싱 조련사가 될성부른 재목을 발굴해서 마침내 세계 챔피언으로 키워내듯이 경제학 박사인 김종인 위원장 자신이 1970년대 생 경제 전문가를 찾아내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종인 위원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사람을 대선 주자 후보군에서 전혀 제외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희룡 제주지사처럼 지금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사람, 그리고 당내에 있는 ‘40대 기수론’의 후보들까지 폭넓게 보고 있을 수도 있다. 현재로서 김종인 위원장은 당 강령까지 바꾸는 대대적인 ‘당 재건축’, 그리고 민주당을 서너 걸음 앞설 수 있는 경제부흥 정책들, 그리고 강력한 대선 후보 발굴과 준비를 마음먹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질적인 통합당의 내부 분열을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합당은 체질적으로 ‘대통령 당’이다.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부상하는 순간, 조금 과장하면 의원들이 그 뒤에 줄을 서는데 "10분도 안 걸릴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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