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는 전시재정"…문대통령, 과감한 재정역량 동원 의지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재…"초기에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 막아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불식 주력…"우리 재정, 타국 비해 건전"
by (서울=뉴스1) 김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을 감안해 재정당국에 유념토록 지시하는 동시에 우리 국가재정 상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매우 건전한 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엄중한 인식과 비상한 각오로 논의에 임해주길 바란다",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고 언급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 대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실제 국내외 경제는 끝 모를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올해와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총 9조 달러 상당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경제를 합친 것보다도 큰 수치다.
우리 경제 상황도 빨간불이다.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관광·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되고 있고,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며 고용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만 53만8000명이 줄어 전체 취업자 수 감소분보다 더 많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KOSBI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중소기업 수출액은 77억 달러로 작년 4월(89억 달러)보다 13.3% 감소했다.
문 대통령은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규정한 뒤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IMF가 지금 과감한 재정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용·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현재 정부가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와 관련해 여권에서 1·2차 추경(각각 11조7000억원·12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최소 40조 이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 있는 만큼 오는 30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가 6월 중에 3차 추경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속적인 재정투입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우리 재정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건전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재정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하면서도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가재정은 OECD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며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서 41% 수준이다.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OECD에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의 증가폭도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세입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 부처별로 지출 우선순위를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피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