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 시위자들 이재용 집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
'해고자 공대위' 지난 24일 이 부회장 집 앞 '폭식 투쟁'
주민 민원에 "소송 걸라"…경찰 "제재 근거 딱히 없다"
by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박종홍 기자삼성 해고노동자들의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조직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음주가무를 포함해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국에 '집회 신고'를 한 뒤 이 부회장 집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무원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달라"거나 "피해가 심한 주민들에겐 개인적으로 소송을 걸라고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25일 삼성해고노동자고공농성 공대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앞서 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교수는 전날 오후부터 이 부회장 자택 앞에 1인용 텐트를 펼쳐놓고 야영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모습은 '연대TV'라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동영상에 담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한달간 동일한 장소에서의 '집회 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석 인원은 10여명 안팎으로 많지 않았지만 이들은 지난 24일 이 부회장 자택 앞에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미리 준비해둔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 주위에는 소주병과 캔맥주도 발견됐다. 동영상을 업로드한 연대TV 측도 영상 제목에 '삼겹살 폭식투쟁'이나 '음주가무' 같은 단어를 쓴 것으로 보아 일부 참가자들이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업로드된 영상 5개 중 1개에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의 모습도 등장한다. 영상 속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주변에서 민원이 신고돼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자 이들은 "걱정 안해도 된다"면서 "우리는 지금 집회 신고하고 집회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참가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갖고 오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우린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들이니까 (집회를) 무리하게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근처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구청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임미리 공대위 대표는 "피해 정도가 심하다고 하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소송을 거시라고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폭식투쟁'을 벌인 공대위는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의 복직을 위해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이달초까진 서초사옥 인근에서 보통의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이 부회장 자택 앞을 '집회 장소'로 신고한 뒤 모여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음주를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주최자의 준수 사항)에 따르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경찰도 지난 24일 집회 내용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낸 것이라 법적으로 막을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의 집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것이 보기엔 안 좋지만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면서도 "만약 소음 기준치가 넘어간다면 경고 조치를 내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sho2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