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앞둔 초등 학부모 “보내기 싫지만 교우관계·학습편차 우려”

“마스크 1시간 착용도 힘든데…교사 1명 학생 20여명 관리 의문”
전교생 1000명 넘는 과밀학교 ‘초긴장’…주 2회 홀짝수반 등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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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미뤄졌던 개학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들이 책상을 소독하고 있다. 지난주 고3에 이어 오는 27일에는 고2, 중3, 초1·2, 유치원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다. 2020.5.2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2차 등교개학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학습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생애 첫 등교를 앞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우관계와 학습편차를 생각하면 '보내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오는 27일부터 등교수업이 시작되더라도 학교에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온라인 원격수업을 유지하는 학생들이 상당 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자녀들이 장시간 마스크 착용을 힘들어하고 뛰어다니거나 서로 이야기를 하다 얼굴에서 마스크가 흘러내려도 옆에서 누군가 챙겨주지 않으면 고쳐쓰지 않는 점 등을 우려했다.

저학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데다 담임교사 1명이 반의 모든 아이들을 일일이 생활 지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 A씨(41·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 같다"며 "학교가는 게 처음인데 '움직이지마' '가만히 있어' 라는 말만 듣게되면 학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1시간 이상 마스크 착용을 힘들어 한다"며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인데 우리 아이만 학교에 빠지면 친구관계나 학교생활 적응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학부모 B씨(42·여)도 "어린 아이들은 마스크가 점점 내려가도 지적해주기 전에는 고쳐쓰지 않고 코로나19가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하지 못한다"며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지 의문인데 담임 선생님 1명이 반의 학생들을 모두 컨트롤 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학교에 보낼 지 말지 마음은 '반반'"이라며 "자녀 성향이 외향적이라면 지금 보내지 않을 테지만, 우리 아이는 다소 내성적이고 친구를 사귀는데 탐색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학교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많이 고민된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은 과밀학교일수록 학부모들의 민원에 많았으며 '긴장감'마저 흘렀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인원이 1600여명에 달하는 탓에 주2회씩 홀수반, 짝수반별로 등교수업을 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예를들어 월·수는 1,3,5반이 등교하고 화·목은 2,4,6반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하는 것이다.

해당 학교는 반별 재적 인원도 40명이 넘기 때문에 학생 수를 절반으로 분반해 수업하기로 했다.

중앙현관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등교 동선을 제한하고 교실 문 앞에서도 2차 발열체크를 실시한다. 발표수업은 최소화하고 모둠수업과 이동수업이 금지됐다.

학교 안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수업이 진행되는 40분동안 사실상 '돌덩어리'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야하는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 현장에서도 담임교사 1명이 20명 내외인 반 아이들 모두를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보조교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예방수칙 지도나 방역활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학교장 C씨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고민한 끝에 주2회 수업을 결정했다"며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연간 가정학습 신청기간을 40일까지 늘렸고 원격수업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학습 내용을 프로그램에 탑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도 많은 상황이지만 다수 의견 못지 않게 맞벌이 학부모 등 소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했다"며 "조금 힘드시더라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전에 가정에서 발열체크와 코로나19 유증상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가정학습을 원할 때는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지역에서 전교생 1000명이 넘는 과밀학교는 11곳, 반 재적 인원이 30명을 넘는 과밀초등학급을 보유한 학교는 9곳으로 집계된다. 모두 합하면 20개교다.

과밀학교나 과밀학급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초등학교 재학생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등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초·중·고교에 발열체크나 방역소독 등을 도움 받을 수 있는 보조인력을 최대한 5명까지 추가로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활동범위가 좁아져서 학생들이 답답해할 것 같지만 고등학생보다는 초등학생들이 교사들의 지도를 더 잘 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hoah45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