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애플에 OLED 계약 위약금 청구할 듯…9000억 전망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계약과 관련한 위약금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위약금으로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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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가 작년 9월 행사에서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자료: 애플)>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조만간 애플에 아이폰용 OLED 위약금(페널티)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11 프로 시리즈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쳐 애플이 약속한 OLED 물량을 구매하지 않았고, 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계약 위반을 들어 애플에 위약금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이 계약한 OLED 규모는 자세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연간 1억대 규모로 계약이 체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1 프로 2개 모델(5.8인치, 6.5인치)에 OLED를 탑재했다. 아이폰텐(X) 대비 적용 모델 수를 늘렸다. 그럼에도 실제 패널 주문량은 계약분에 크게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애플에 공급된 OLED 패널이 5600만대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복수의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들은 “OLED 패널 출하가 부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위약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밝혔다. 한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이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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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조사별 AMOLED 출하량.(자료: 옴디아)>

업계에서 추정하는 위약금은 8000억~9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위약금 협상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해 애플로부터 위약금을 받은 적이 있다. OLED를 처음 탑재한 아이폰X의 판매 부진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X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플렉시블 OLED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전자는 애플 전용 라인(A3)을 마련하는 데 대규모 투자를 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X 판매량은 저조했다. 삼성에 주문한 패널 주문량도 당초 계약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에 페널티 지급을 요구, 지난해 2분기 중에 위약금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시 구체화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제 2분기에 일회성 수익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페널티 금액이 9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하는 건 전자부품업계에 극히 이례다. 애플은 전자부품업계의 큰손이자 가장 까다로운 고객사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갑' 위치에 있어 물량 담보를 요구하기 어렵다. 또 계약 위반이라 하더라도 애플 눈치 때문에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용(중소형) OLED 시장을 90% 이상 점유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물량 개런티를 끌어낼 수 있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구체화한 보상 방안까지 계약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의 물량 개런티 계약은 지난 2년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가을에 출시되는 신모델부터는 다른 계약 방식이 적용됐다는 게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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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