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먹이기' 논란 교회... 제보자 진술서 보니
빛과진리의교회 내 가혹행위 주장, 제보자 21명 진술서 평양노회에 제출
by 지유석(lukewycliff)
교회가 신앙훈련을 빙자해 신도를 구타, 감금하고 심지어 인분을 먹였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인 빛과진리교회(담임목사 김명진).
이 교회는 신도 2000여 명의 대형교회로 특히 젊은이들이 많다. 이 교회 내부 문제를 처음 알린 건 개신교계 인터넷 신문 <평화나무>로 이 신문은 4월 28일 제보자의 증언과 교회 내부자료를 근거로 "이 교회의 리더십이 되기 위해서는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매를 맞거나, 밀폐된 장소에 혼자 있기, 유흥업소에 가서 욕을 먹거나 수모를 당할 때까지 복음 전하기, 심지어는 구더기 또는 대변 먹기 등도 감수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평화나무>가 공개한 훈련 일지에는 2018년 4월부터 9월 사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훈련 과정이 쓰여있는데 '얼음방에서 1시간 버티기', '한밤중에 건물지하에 내려가 두 시간 갇힘',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조원들과 함께 한 시간 기도하기'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뿐 아니라 '이태원에 위치한 트랜스젠더바에 가서 조원들과 함께 복음전하기'란 훈련 과정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교회가 진행하는 리더십 훈련코스(LTC, Leadership Training Course)라는 게 제보자들의 증언이었다.
제보자들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빛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회 안에서 있었던 가혹행위, 목사 부부 신격화 논란 등 폭로를 이어나갔다. 제보자 중 한 명은 "근래에만 2명의 여성신도가 해당 훈련을 진행하다가 뇌출혈로 인해 1명은 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이고 나머지 1명 역시 재활 치료 중"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빛과진리교회
이와 관련 기자는 21명의 제보자들이 노회 조사위원회에 낸 진술서를 입수했다. 이 진술서 내용을 공개하기 전 약간의 부연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빛과진리교회 관련 보도는 큰 충격파를 몰고 왔다. 경찰은 12일 빛과진리교회를 압수수색했다. 교단도 대처에 나섰다. 빛과진리교회는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산하 평양노회(노회장 황석산 목사)에 속해 있는 교회다. 이에 평양노회는 18일 경기도 양평 십자수기도원에서 임시노회를 열어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정작 빛과진리교회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 목사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깊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고 총회장과 노회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제보자의 제보만 가지고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으며 저희 행동을 왜곡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가혹행위 등의 의혹을 부인했다. 또 경찰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기독교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빛과진리교회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빛과진리교회를살려주세요'란 해시태그를 달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시노회가 소집됐던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빛과진리교회, 제발 진실의 소리를 들어주세요"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이 교회 신도라고 밝힌 청원자는 "<평화나무> 보도가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억측과 과장으로 얼룩져 있다"고 했다. 이어 인분 먹이기 등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선 "지금은 교회를 떠난 피해자라고 증언하는 제보자들 중 소수가 이 훈련을 하던 도중 본인들이 인분섭취나 구타참기를 했던 것이지 아무도 그것을 억지로 시킨 적 없고,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뇌출혈 사고에 대해서도 "LTC 훈련을 받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자매님의 사고에 대해서는 온 성도가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하고 교회 측에서도 사과문으로 공식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해명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1326명이 참여한 상태다.
제보자들의 진술
빛과진리교회 LTC 프로그램에 문제를 느낀 전 성도들은 이 교회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치닫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이에 21명이 진술서를 작성해 평양노회 조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제보자들은 진술서에서 비단 가혹행위가 문제가 아님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그보다 이 교회가 신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스라이팅'(상황 조작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심리적 기법)을 활용한 점에 주목해 줄 것을 호소한다.
먼저 30대 A씨의 증언이다.
저의 부족한 점들을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저의 많은 말과 행동을 통제 당했습니다.ᅠ리더 앞에서는 슬픈 표정도 지어서는 안 되고, 대답도 명쾌하게 해야 하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구박하고 야단치고 무시하는 말들을 들어야했습니다.ᅠ(중략)ᅠ하나님이 세우신,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순종해야하고 어떤 말씀에도 토를 달아선 안 되는 게 빛과진리교회의 리더입니다. 특히 멘탈강화팀 리더는 팀에서 그 힘이 막강합니다.
50대 B씨의 진술도 교회가 가스라이팅을 활용했음을 시사한다. B씨는 특히 교회가 '인분먹이기'를 자신이 선택한 결과라고 믿게끔 했다고 털어 놓았다.
저를 빛과진리교회를 이끈 직장 선배는 LTC와 모임에서 이끄는 토요모임의 강도 높은 훈련 중에 뇌출혈을 일으켜 재활치료 중에 있는 분입니다. 그 선배의 사고는 지혜자인 리더 앞에서, 또 여러 지체들(둉료 성도) 사이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대처로 선배는 장애1급을 받고 재활치료 중에 있습니다. 그분은 직장을 잃었고 그분의 남편 역시 직장을 잃고 아내 재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임이 가장 약한 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우리가 하는 훈련의 의미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나는 내가 선택해서 거기를 갔고, 내가 선택해서 LTC를 자원했고, 심지어 인분까지도 제가 선택해서 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인분 먹는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고 속이 아픕니다. 내가 그렇게 철저하게 무너졌었구나 회한이 입니다. 그렇게 모임에 종속되고, 리더에게 종속되고, 리더에게 종속된 인간이었을뿐 내게 예수님은 더 멀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도들을 훈련하는데 전문 임상심리사가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40대 성도 C씨의 증언이다.
빛과 진리교회에는 멘붕(멘탈붕괴)팀이라는 팀이 있습니다. 오래되고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또는 리더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시기나 분노 등 모임에서 생각하는 기준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는 자매들을 모아놓고 임상심리사 리더가 가르치는 팀이 있습니다. 저는 이 팀을 하면서 아침 6시에 큐티(묵상의 시간)를 가서 오전10시까지 리더가 하는 말을 들어야 했고 그날 아이들은 학교를 혼자 등교했습니다. 리더가 말하는 중이라 모임에서 배운 경외감의 개념으로 일어나지 못 했습니다.
노출을 우려해 연령마저 공개하지 않은 제보자 C씨는 이 교회의 신앙적 정통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제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점은 빛과진리교회에서는 빛과진리교회에서 받은 구원만이 진짜 구원이라 믿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장로교에서 세례를 받은 세례 교인입니다. 이미 구원의 확신이 있었고 하나님을 더 알고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에 훈련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인데 빛과진리교회에서는 이전에 제가 믿고 경험한 하나님은 터부시하고 오로지 빛과진리교회에서 들은 복음을 듣고 영접해야 진짜 복음을 들은 것이라 여겼습니다.
(중략)
각자가 경험하는 하나님이 다르고, 저의 신앙의 시작은 모교회로부터인데 빛과진리교회에서는 '저는 빛과 진리교회에서 신앙을 시작했다' 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구원에 대한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저는 이것은 곧 영혼을 상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을 구원하고 양육해야 하는 교회에서 믿음의 근간이 되는 한 영혼의 구원을 쥐고 흔들고자 하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보자들의 진술에 대해 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사인 카타콤교회 양희삼 목사는 "제왕적 목회를 하는 교회에서 혹독한 리더십 훈련과정은 종종 있어 왔지만 심리적으로 착취하는 건 분명 도를 넘었다. 이단 사이비와 뭐가 다른가?"라면서 "이는 종교가 아닌 인권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했듯 관할 노회인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조사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그러나 노회에 대한 불신은 무척 깊다. 평양노회가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켰던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 전병욱씨를 감싼 이력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평화나무>는 18일 성명을 통해 "전병욱 목사에 이어 김명진 목사마저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조처를 내놓는다면 노회는 씻을 수 없는 위상 추락을 경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공범취급까지 받을 것"이라며 면직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ㄱ목사는 "전병욱 목사로 인해 호되게 당한 만큼 평양노회가 이 문제를 유야무야하지 못할 것이다. 노회 안에서도 제대로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