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양귀비 꽃 예쁘다고 화단에 심으면 안됩니다

시골 화단에 심은 마약성 양귀비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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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 마을은 꽃 세상이 열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꽃 천지이다. 그 중에서도 양귀비가 눈에 띈다. 화단에 무리지어 피어 있어도 예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피어있는 양귀비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양귀비꽃의 특성이 씨가 바람에 날려서 안착되는 곳에서 발아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네 어르신들에 의하면 모종으로 옮겨서는 살아남는 확률이 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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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초용 양귀비 길가에 핀 화초용 양귀비 화단. 마약성 양귀비와 확연히 구분되는 핏이다. ⓒ 오창경

 
양귀비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중국의 절세 미녀의 이름을 왜 양귀비로 지었는지 공감이 갈 만큼 예쁘고 주변을 환하게 해주는 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감추고 있는 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화초용으로 가꾸는 양귀비와 마약성 양귀비는 이름은 같지만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시골에 살다보니 마약성 양귀비를 볼 기회가 많은 편이다. 처음 마약성 양귀비를 알게 되었을 때는 신기했다. 양귀비는 무조건 마약이라는 상식만 있을 때였으니까. 시골 사람들은 양귀비를 그저 화단의 화초나 잡초로 여기는 것을 보고는 나도 무심해졌다. 씨가 날아와서 잡초 속에 섞여서 자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꽃이 지면 뽑아서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양귀비가 중독자들에게 마약 성분으로 공급되려면 양도 많아야 하고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니 텃밭에 몇 포기가 자라는 것으로는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분홍색과 빨간색 양귀비꽃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글로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가 지나는 길 가에서 자주색으로 핀 양귀비꽃을 보게 되었다. 새로운 색깔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기 위해 다음 날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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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뽑아낸 자주빛 양귀비를 차에 싣고 있다. 정말 치명적으로 예쁜 빛깔의 양귀비 꽃이다. ⓒ 오창경

그런데 건장한 남자들이 그 자주색 양귀비꽃들을 마구 뽑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신분을 궁금해 할 사이도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지금 마약성 양귀비 단속 현장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만약 이것을 채취하러 오신 거라면 경찰서로 동행하셔야 합니다. 저쪽으로 가세요."

말로만 듣던 방송 뉴스에서만 보았던 마약성 양귀비 단속 현장이었다. 며칠 전에도 양귀비를 재배한 사람들을 적발했다는 TV 뉴스가 있었는데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순간 겁이 났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나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장님과 할머니는 치안센터로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이게 진짜 양귀비인 줄 알았으면 노인네가 사람들이 다 지나다니는 길가에 심었겠습니까? 그저 꽃이 이뻐서 그냥 두고 본 거지."

동네 이장님은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할머니 한 분과 서서 경찰들에게 해명을 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할머니는 마약성 양귀비에 대해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텃밭을 망친 경찰들을 향해 화를 냈다.

양귀비 옆에는 상추를 비롯한 텃밭 채소들이 심어져 있었고 양귀비도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 아니라 줄을 맞춰서 심은 표가 났다. 그래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다 보이는 장소에 심은 것을 보면 할머니의 고의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에는 양귀비나 대마를 재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시골 노파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경각심을 일깨우고 지나갈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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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들이 초토화시킨 양귀비 텃밭. 간신히 사정을 해서 차에 싣고가서 폐기 처분을 하기 바로 전에 찍은 사진. 양귀비 개화시기에는 시골마을 할머니들의 텃밭을 주의해야 한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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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 양귀비  관상용으로 심은 것으로 보이는 분홍 양귀비. 엄연히 불법이니 뽑아버려야 한다 ⓒ 오창경

 
경찰들은 할머니의 텃밭 양귀비들을 제거하고 이장님과 할머니와 함께 치안센터로 향했다. 양귀비 개화기에는 가끔씩 이런 소동이 일어나곤 한다고 한다. 예쁜 꽃이 지닌 치명적이고 중독적인 매력이 있는 양귀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부모님들이 사는 시골집 화단에 무심하게 자라고 있는 양귀비들은 없는지 자녀들이 먼저 확인을 해보기를 바란다. 있다면 무조건 뽑아서 버려야 관공서에 불려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