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대적 반격? 우한연구소장 등 일제히 입 열고 "유출 아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장 이어 유출설 장본인 지목 받은 에이즈 전문가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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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5 16:58 | 수정 2020.05.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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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코로나 우한연구소 최초 유출설’에 대해 중국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진앙으로 지목된 우한(武漢)바이러스연구소의 소장은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섰고, 유출 장본인 의혹을 받는 연구소의 에이즈 전문가도 학술지 인터뷰에 응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연구소의 입’으로 불리던 스정리(石正麗)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신흥감염병센터장은 ‘코로나는 중국관박쥐에서 발원해 자연적으로 인간에게 옮겼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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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왕옌이 소장/SCMP 캡처

◇연구소 소장 “연구소 발원설은 완전한 조작”

왕옌이(王延軼·39)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은 24일 중국 관영 영문뉴스 채널인 CGTN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졌다는 주장에 대해 “완전한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왕 소장은 “우리는 지난해 12월30일 이 바이러스 샘플을 처음 접했고, 연구를 거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전에는 접촉한 적도, 연구한 적도, 보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갖고 있지도 않던 바이러스를 어떻게 유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왕 소장이 언론에 얼굴에 내민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왕 소장은 남편인 우한대 부총장의 도움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아 대외 활동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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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전경/홍콩 명보

◇연구소의 에이즈 전문가 “무식한 사람들의 음모론”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일했던 사오이밍(邵一鳴)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도 갑작스레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에이즈 전문가인 그는 ‘연구소 유출설’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하다 코로나를 유출시킨 연구원으로 지목됐다.

그는 22일 사이언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우한 연구소 유출설은 과학 지식이 부족한 보통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음모론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발원지 은폐 시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잘못했다고 탓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최초 발병지 샘플·사례 수집 등) 연구는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미국의 코로나 발원지 조사팀을 중국이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 불이 났는데 어떻게 손님 맞이를 하느냐”라며 “‘미국 손님’들은 와서 실질적인 도움은 안 주고 정보만 캐내려고 할 테니 오지 말라고 한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정보라면 1월 초 이후 전화회의로 제공했다”고 했다. 사이언스인사이더는 “사오 연구원과의 인터뷰는 요청 두 달만에 어렵게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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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입 스정리/AFP 연합뉴스

◇ ‘연구소의 입’ 스정리, ‘박쥐 기원’ 논문 발표

스정리(石正麗)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신흥감염병센터장은 14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관(冠)박쥐에서 발원해 자연적으로 인간에게 옮겨왔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사전논문사이트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게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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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왕옌이 소장이 인터뷰하는 모습/CGTN 캡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공 합성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출돼 우한에 확산했다는 소문은 연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 연구소는 에볼라바이러스·에이즈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중국 유일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이다. 초기에 코로나 진원지로 지목됐던 우한 화난(華南)수산시장과 가까이 있다.

연구소가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 논문도 의혹을 키웠다. 연구소가 발견한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96.2%의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왕옌이 연구소 소장은 24일 “일반인 눈에는 96.2% 유사성이 대단히 의미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유전학에서 3.8%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의미한다”고 했다.

중국이 갑자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에 총력 대응하는 것은 거세진 미국의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은 연일 우한 연구소 유출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홍콩 명보는 “미국 측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예고만 반복하고 실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중국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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